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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 밥 먹이고 합시다. (2011/08/25 추가하여 다섯 번째 최종 발행)

어멍 2011. 8. 25. 01:06

  

서울시(오세훈) : 나는 냉면

교육청(곽노현) : 나는 쫄면


서울시 발의 투표문안 : 1, 비냉

                                  2, 물냉

 

    24일 치러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적지 않은 유권자들이 어디에 투표해야할지 혼란스러워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투표문안을 의도적으로 교묘히 왜곡해서 벌어진 당연한 현상이다. 어떤 유권자는 어느 칸이 한나라당 찍는 곳이냐고 물었다던데... 결국 정책, 내용도 자세히 모른 채 묻지마 한나라당 지지표가 상당했다는 것이다.

    33.3%를 못 채울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하면서도 내심 많으면 15~20%, 적으면 10~15% 투표율을 예상했는데 예상보다 많이 벗어나 약간 충격이다. 아이들 차별 없이 먹이자는데 그토록 많은 어른들이 투표장에 나와 반대하다니...ㅠ.ㅠ 주민투표는 내 바람대로 보편적 무상급식안이 승리를 거두었지만 기쁘기보단 씁쓸하고 슬프다.

    25.7%의 투표율 중 거의 대부분은 1안을 지지했다고 보면 된다. 그 중 2안을 선택한 표도 있겠지만 한나라당 지지자중 투표장에 안 나온 사람도 있겠으니 이 25.7%를 프라스, 마이너스 순수 한나라당 지지율이라고 보면 된다. 낮 시간, 집전화로 집계되는 단순정당지지도 여론조사에서는 당연히 이보다 더 많은 30% 중반대가 나온다. 모두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꼬박꼬박 투표에 개근하는 어르신들의 힘이 크다. 결국 이번 투표는 (골수 or 열혈 or 정예)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출석체크였던 셈이다.

    IMF, 차떼기, 탄핵에도 변함이 없었듯이 제2의 우면산 수재나 4대강 재앙이 발생해도, 만약 천안함의 진실이 달리 밝혀진대도, 변하지 않을 분들이다. 바쁜 시간 쪼개서 벤츠를 몰고 오거나, 아픈 몸을 이끌고 휠체어를 타고 오거나, 어떻게든 투표를 하고야마는 무적의 투표부대다. 넋이라도 되어서 한나라당을 찍을 분들이다. 이런 분들이 4명에 1명이란 것은 대단한 수치다. 엄청난 밑천이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 보궐선거 다 다르겠지만 야권이 분열된다면, 분열되지 않고 단일후보를 내어 1:1 구도를 만든다 해도 투표율이 50% 미만이면, 한나라당이 주민투표를 제외한 모든 선거에서 백전백승이란 얘기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오세훈 시장의 사실상의 승리’라는 평가가 전혀 허무맹랑하거나 무의미한 말이 아니다. 단,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오세훈'이 아닌 ‘한나라당의 선방’ 혹은 ‘참패 모면’ 정도 되겠다. 누구는 오세훈은 남는 장사, 한나라당은 독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오세훈은 강남 3구 구청장은 몰라도 이제 정치적 재기는 어렵다고 본다. 권력은 집단이다. 본질은 한나라당이다. 오 시장은 이 집단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25.7%는 오 시장이 아닌 박근혜 지지자까지 포함한 범한나라당 지지자들의 멕시멈이다.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불리한 주제로 치러진 투표에도 불구하고 재삼 확인한 한나라당의 저력, 그 절대지지층의 실체였다.

 

    시간대별 투표율, 지역적 투표율을 분석하면 흥미롭고 유익한 데이터들이 다른 투표에 비해 많이 쏟아지겠지만 그것은 너무 길고 어려운 주제고 전문가들의 영역이니 자세히 다루기엔 벅차다. 쉽게 눈에 띄는 것만 말하자면... 투표 열기나 관심이 예상외로 뜨거웠다는 것이다. 보수층의 응집력도 높았고 반한나라당의 응집력 역시 높았다. 극명히 대비되는 강남과 비강남의 투표율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무관심에 의한 낮은 투표율이 아니라 반한나라당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투표거부로서 의사표시를 했음을 알 수 있다.

    강남, 비강남 투표율은 더욱 심해진 계급투표 현상을 말해주고 있기도 하다. 한나라당의 부자급식 프레임에 현혹돼 왜 부자에게까지 혜택을 주어 나에게 올 혜택을 줄이느냐는 가난하신 어르신들도 있었지만 이런 케이스가 많이 줄어든 것이다.


다영(초등 4년) : 엄마, 왜 저 아저씨 무릎을 꿇고 울어?

엄마 : 응. 도와달라고.

다영 : 뭘?

엄마 : 아이들 점심을 반은 그냥 주고, 반은 돈 받고 주게 해달라고.

다영 : ???????

엄마 : ..........

 

     오 시장의 패배로 끝난 투표결과에 수많은 분석과 평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간단하다. 아이들에게조차 설명할 수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이해하기 힘든 주장이기 때문이다. 잔인하지만, 정말 잔인하지만, 이것을 가지고 아이들에게만 물어보고 투표로 붙였다면 어떠했을까?!...... 오 시장이야 단숨에 대권에 다가가는 대박이나, 순교를 통한 화려한 재기를 꿈꿨겠지만 제 꾀에 제가 넘어간 셈이 되었다. 멋지게 죽고자 했으나 찌질하게 죽게 생겼다. 몇 개월 버티든, 당장 내려오든, 인간 오세훈의 앞날은 암울하다. 한나라당 역시 10월이든 내년 4월이든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암울하다. 총선, 대선가도에 큰 적신호가 켜졌다. 여차하면 정권 말 레임덕과 겹쳐져 큰 혼란과 사단이 날 듯도 하다.

    잘 하면, 혹은 잘못하면, 우리나라 보수가 괴멸할 지경에 처하지나 않을지... 보수는 무슨 보수! 사람들 중엔 우리나라에 변변히 보수라 불릴만한 세력은 애당초 없고 온통 수구들만 활개친다고 말하지만 급격한 한 세력의 몰락은 원하지 않는 혼란을 불러오기도 하는 법이니까... 무엇보다도 자칭, 타칭 '보수의 잔다르크', '보수의 아이콘'으로 자림매김되는 오세훈 시장의 모습이 서글프다. 이 시대의 보수의 정체성이 되어버린 한나라당과 오 시장의 자화상이 서글프다.




찌질하고 매정한 보수의 아이콘
밥 안 준다고 우는 아이는 봤어도, 밥 못 주겠다고 우는 어른은 처음 봐!



    글들이 너무 길어졌다. 먹는 것, 그것도 아이들 먹이는 문제였다. 가장 의미있는 밥그릇 싸움이었다. 계속 관심을 가지며 지켜봤던 이슈, 워낙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이슈였고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실재로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고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여기서 마무리해야겠다. 무상급식을 주제로 한 포스팅은 여기서 일단락하여 접는다.

    결론이다. 오세훈 시장은 졌다. 완전히 졌다. 한나라당도 졌다. 하지만 완전히 지지 않았다. 그리고 세상은 좀 더 나아졌다. 우리 아이들은 좀 더 행복해졌다.

    끝. (2011/08/25 추가하여 다섯 번째 최종 발행)




세상일엔 신경 끄고 즐겁고 배불리 먹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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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찬성하는 측, 반대하는 측이 구체적인 경우의 수를 놓고 정치적 셈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관건은 투표율이다. 야당 측 무상급식 안을 찬성하는 입장에서 나도 조심스럽게 예측해보자.


청구사실 : “단계적 무상급식과 전면적 무상급식 정책 중 하나를 선택하는 주민투표”

청구취지 및 이유 :

1) 소득하위 50%를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안

2) 소득구분 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생(2011년), 중등학생(2012년)에서 전면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안 중,

어느 방안이 바람직하고 합리적인지 서울시민 의견을 주민투표로 물어 결정하고자 함.

 

    오세훈(서울시)이 공표한 주민투표 청구사실 문안이다. 언뜻 말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논리, 문법, 사실관계에서 문제투성이의 문안이다. ‘단계적’, ‘전면적’이란 말이 청구사실에서 한 번, 청구취지에서 또 한 번 중복해서 나오고 있다. 반복을 통한 강조, 각인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럼 과연 2안이 ‘전면적’인 안인가?

    서울시 교육청의 2010.08.17 <친환경 무상급식 계획안>을 보면, 소득구분 없이 2011년에 초등학교, 2012년부터 중등학교 1학년부터 순차적으로 실시하여 2014년에 중등학교 3학년까지 확대 실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명백한 순차적, 단계적 실시안일뿐더러 2안과도 사실관계가 다르다. 2안대로라면 당장 내년부터 중등 전 학년이 급식대상에 포함된다.

    둘 다 단계적 시행안이지만 그 대상만 다를 뿐이다. 1안은 2014년까지 소득하위 10%, 20% 하는 식으로 단계적으로 대상을 확대하여 최종적으로 소득하위 50%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그 비율을 늘인다, 줄인다, 계획은 들어있지 않다. 2안은 단계적으로 학년을 늘려 2014년까지 초등학교, 중학교 모든 학년, 모든 학생에게 급식을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안 자체도 문제점을 안고 있다. 소득수준을 전국기준으로 할 것인지, 서울기준으로 할 것인지, 구별로 할 것인지, 학교별로 할 것인지, 그리고 급식을 받는 학생을 둔 가구만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학생자녀를 두지 않은 가구도 포함할지도 불분명하다.

    만약 시 단위로 소득기준을 적용한다면 강남, 서초구는 거의 100% 유상급식, 강북, 금천구는 거의 100% 무상급식의 경우가 발생한다. 구 단위로 적용한다면 못 사는 강북구 학생보다 잘 사는 강남구 학생이 무상급식을 받을 수도 있다. 소득수준으로 나눈다면 어떻게 적용하든 이런 문제들을 피할 수 없다. 부자구, 가난한 구, 부자학교, 가난한 학교, 부자학급, 가난한 학급으로 나뉘는 황당한 시추에이션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나라 보수가 옳고 그름을 떠나 과연 정책입안능력이 있는지, 도대체 생각이란 것을 하는지 의아스럽다. 더욱이 1안은 2014년까지 초등학교만 할 것인지, 아니면 중등학교 혹은 고등학교도 할 것인지 명시하지도 않았다. 1안은 구체적 내용 없이 두루뭉실하고 2안은 자기 멋대로 악의적으로 왜곡했다.


   
이 문안을 작성, 심사하고 통과시킨 서울시, 선관위 담당 공무원들은 초등학교 국어와 논리시간에 졸기만 하였나. 많이 배운 사람들일 텐데 몰랐을 리 없다. 시민들이 오해, 오판하도록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다. 교활하게 일부러 엉터리 같은 진짜, 진짜 같은 엉터리로 만든 것이다. 덕분에 서울시민들의 수준도 덩달아 추락되었지만 어쩌겠는가... 귀 얇은 단순한 유권자, 정확한 정보를 접할 수 없는 맹목적 지지자들에게는 먹혀드는 것을...

    ‘단계적 실시’하면 왠지 합리적인 인상을, ‘전면적 실시’하면 왠지 급진적인 인상을 주게 된다. 원래 무상급식을 원천 거부, 극렬 반대한다는 오해(?)를 줄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했던 한나라당 아니었던가! 이는 시민들을 우롱하는 한나라당의 비겁한 꼼수다. 교활한 술수다. 그 수가 당장엔 통한대도 이후 수많은 문제가 발생할테니 교활한 술수보다는 얄팍한 꼼수쪽에 더 가깝다. 서울시민들의 정확한 의견이 반영되려면 ‘보편급식’ VS ‘선별급식’ 또는 ‘학년별 단계적 실시’ VS ‘소득수준별 단계적 실시’로 투표문안을 명쾌하고 단순하게 결정하는 것이 정직하고 합리적이다.

    만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나라당의 안이 확정, 시행되더라도 비용면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어차피 대상자가 50%든 100%든 아이들 밥값이 4대강 등 다른 토목 사업에 비하면 크게 들 일은 아니다. 결국 알맹이 없이 급조된, 하지만 치밀한 꼼수를 부린, 반대를 위한 반대의 혐의가 짙다. 결국 정책경쟁보다 정치적 헤게모니 장악이 목적인 투표라는 얘기다. 이런 식이면 향후 50%에서 60, 70%로 무상급식 대상자를 늘려갈 때마다 주민투표를 해야 할 것이다.




난리났다! 난리났어!
애들 밥 한 끼 가지고 투표까지 하고... 난리가 났다!



    보편적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입장에서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와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최상은 투표율이 100%에 육박하고 찬성률이 70%에 육박하는 것이다. 다음은 33.3%를 훨씬 상회하는 투표율에 압도적인 찬성률이다. 다음은 33.3%에 훨씬 못 미치는 투표율로 개봉하지도 못하고 자동 폐기되는 것이다. 마지막 최악은 33.3%를 상회하는 투표율에 압도적인 반대율로 오세훈 시장과 한나라당의 안이 통과되어 여당이 정치적 승리를 얻는 것이다.

    33.3%를 넘기고 압도적 찬성률을 보이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지만 한나라당이 투표독려운동을, 야당들이 투표거부운동을 하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경우라서 제외다. 투표율이 33.3%에서 50%내외 사이로 나온다면 무조건 한나라당의 승리일 것이다. 그것도 압도적인 승리일 것이다.

    웬만하면 투표는 빠지지 말자는 입장이고 실지로 그렇게 해왔던 나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였으면 좋겠지만 어디 사람들이 모두 나 같은 생각일수야 있겠는가. 90%이상의 투표율에 60%이상의 찬성률은 말 그대로 이상론이다. 찬성측의 전략이 투표거부인 현실에서는 90%는 물론이고 60% 투표율도 나오기 어렵다. 이미 물 건너갔다.


    결국은 투표율이다. 대선, 총선, 보선, 주민투표 등 이제까지의 투표율을 분석하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겠지만 거칠게, 조심스럽게 예상하자면 33.3%를 채우기가 어렵다고 본다. 대선, 총선은 몰라도 보선, 주민투표에서는 나오기가 결코 쉽지 않은 투표율이다. 한나라당 지지층의 전부가 투표를 반드시 해야만 나올 수 있는 투표율이다.

    리얼미터가 최근인 0808~0812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35.1%였다. 이마저도 낮은 응답률 아래서 나온 단순지지율이다. 여론조사에 답하는 것과 직접 투표장에 가는 것은 다르다. 게다가 평일이다. 이래저래 한나라당에 불리하다. 자동 폐기될 때 투표율이 공표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투표율 자체가 어떻게 나올지도 큰 관심거리다.

    건곤일척의 승부는 아니나 중요한 투표다. 오세훈 시장의 대선불출마, 시장직 사퇴는 중요치 않다. 향후 정치지형과 국가운영방향이 결정되는 시초가 될 수 있다. 대세가 뒤바뀌는 변곡점, 법이라면 모든 법의 모법이 될 중요한 정책이다.


※ 뉴스를 보니 교총이 투표독려운동에 뛰어들 모양이다. 물론 오세훈 시장과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다른 데도 아니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현장에서 아이들을 먹이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교육자만큼은 정치가 아닌 먹이고 기르는 교육의 눈으로 봐야 한다. 모든 것에 앞서 아이들부터 봐야 한다. 스승이라면 그래선 안 되는데... 사실이라면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 이상은 '길벗'님의 <오세훈은 꼼수다 2탄 - 웃기는 주민투표 문안>을 참조, 인용하여 2011/08/20 추가하여 네 번째 발행함. 아래는 이전에 발행한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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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성사될 모양이다. 무상급식 찬성자로서 성사(!)란 표현을 쓴 것은 이 이슈가 커지면 커질수록, 투표결과에 상관없이 모든 시민에게 유리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말 큰 일(!) 해내셨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달, 심화과정의 역사에 분명 이름 석 자가 오를 것으로 본다. 그래서 예전에 두 번에 걸쳐 이미 발행한 포스팅이지만(1차 발행 20100405, 2차 발행 20101204) 이슈 파이팅 차원에서 몇 가지 덧붙여 다시 올려본다.


    오 시장 주위에는 한나라당 성향의 사람들만 모여 있어서 세상인심을 오판하고 투표결과를 자신할 수도 있겠지만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여론은 찬성 쪽으로 모일 가능성이 더 크다. 조중동이 아무리 이념을 내세워 바람몰이를 하더라도 여의치 않다. 우리에게 너무도 가까운, 아이들 먹이는 문제기 때문이다. 밀착형 생활이슈다.

    보편적 무상급식안이 통과되면 좋고, 부결되더라도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미 무상급식이 시행되고 있는 현장에서 줬던 밥그릇을 다시 뺏는다면... 아~ 정치란 이런 거구나. 정책이란 것이 우리 삶에 이렇게 가깝고, 투표란 것이 이렇게 중요한 거로구나. 학습하고 절감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분명 심한 역풍이 불어 한나라당이 총선, 대선에서 크게 고전하게 될 것이고 민도는 부쩍 올라가고 한국민주주의는 한걸음 더 전진, 심화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오 시장이 승리하면 강력한 대권후보로 부상할 것이고, 패배한 경우에도 강경보수세력의 위기감, 동정심을 유발하여 역시 박근혜 후보를 위협하는 대권후보가 될 수도 있다. 정치는 핵심 지지세력이자 이해관계가 가장 밀접하게 얽혀있는 능동적 지지세력, 즉 코어가 중요한데, 오 시장이 이들을 대표하는 보수기득권의 아이콘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정파적 유불리를 떠나 시민들은 성장한다. 각성한다. 민주주의는 발전한다.

    민주주의에는 비용이 든다. 투표비용이 200억 정도 든다는데, 이런 점들을 생각한다면 전혀 아깝지 않는 민주주의 학습비용이다. 200억 지출하고 더 좋은 정책을 요구, 관철해서 2000억 값지게 빼먹으면 된다. 이번 기회에 각성과 성공의 경험을 축적하여 누구나 다 같이 잘살고 행복한 좋은 정치, 좋은 나라 만들어 가는 거다.

    그래서 야당도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적극 대응해야 한다. 이겨도 만방, KO승으로 이기겠다는 자세로 총력을 다해야하고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 아직도 발을 뺄까 담글까 망설이는 한나라당 역시... 발을 푸~욱 담궈줘야 한다. 모든 정치세력들이 본색을 드러내고 정직하게 민의를 물어야 한다.


    정책투표가 많아야 한다. 단순히 나는 보수라서, 나는 진보라서, 나는 계속 한나라당만 찍어왔으니까, 나는 민주당 편이니까 하는 식의 맹목적, 막연한 투표는 지양해야 한다. 물론 복지문제에 걸쳐있는 무상급식 이슈가 각 당의 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유권자들은 이런 것 잘 모른다. 구체적 정책을 이슈로 만들어서 각 당의 입장을 드러내게 하고 각각의 정치인들을 유권자 앞에 줄 세워야 한다.

    이것이 선진정치다. 유럽에서는 세율 1%를 갖고 올리네 마네 정쟁이 벌어지고 당이 나누어진다고 한다. 우리도 이런 식으로 가야한다. 뜬구름잡기 식 보수진보, 이성보다 감성을 자극하는 좌파우파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 생활정치, 참여정치, 직접정치로 가야한다.

    먹느냐, 마느냐. 한식당이냐, 중국집이냐. 짬뽕이냐, 짜장이냐. 곱빼기냐, 보통이냐. 구체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아이들 급식과 관련해선 이미 먹이냐, 마느냐의 문제는 아니다. 집에서 도시락 싸갖고 다니는 학교는 지금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상으로) 다 먹이느냐, 일부만 먹이느냐, 일부만 먹인다면 그 일부를 어디까지 잡을 것이냐 하는 문제다. 들리는 얘기로는 소득수준 50%를 경계로 한다던데 대략 한 반에 반은 돈 내고 먹고, 반은 안내고 먹는다는 얘기다.

    야당이 선점한 이슈이기도 하지만 가만 보면 한나라당이 조금씩, 조금씩 수세에 몰려 양보, 후퇴한 이슈이기도 하다. ‘부자’급식은 안 된다는 오 시장, 한나라당의 주장으로 보면 무상급식 대상자를 50%→70%→90% 계속 늘려나가 종국에는 99.9%가 되면 의무적으로 돈을 내고 먹어야 하는 ‘부자’집 자제들은 상위 0.1% 재벌 집 도련님들만 남게 될 것이다. 가난한 집 아이가 아닌 부잣집 아이가 도리어 왕따가 되고 눈칫밥을 먹게 될 것이다.

    핵심은 어떻게 나누든 아이들을 어른들 기준으로 부잣집 자녀, 가난한 집 자녀로 나누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육에는 효율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더불어 사는 삶도 그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가난하다고 무시당하거나 차별받아서는 안 되듯이 부자라고 특권을 누리거나 차별받아서도 안 된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있어도 부자 아이, 가난한 아이는 없다. 이런 교육이 어려서부터 이루어진다면 고급차만 골라 부수는 부자에 원한 맺힌 비뚤어진 빈민, 매값 주고 노동자에게 몽둥이를 휘두르는 재벌 2세 망나니는 출현하지 않을 것이다.

    차별없는 보편적 무상급식만이 유일하고도 올바른 해결책이다.

 

    개인은 자신도 모르게 역사의 도구가 된다. 오 시장은 지금 부정적으로 쓰이기보다는 긍정적으로 쓰이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에게 반대하지만 그는 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폭로하고 있다.

    구세대의 향수 박근혜? 노동운동권에서 전향한 김문수? 모두 현재의 한나라당의 표본은 아니다. 박근혜 의원은 본류, 주류처럼 보이지만 자체추동력을 이미 상실한 흘러간 물이다. 김문수 지사는 신주류처럼 보이지만 적자가 아닌 서자다. 과거 운동권에서 유입된 세력이 코어세력이 될 수도 없고, 반공보수어르신들 역시 이제 더 이상 코어세력이 아니다. 단지 동원세력일 뿐이다.

    계급적, 문화적으로 극 상류층 기득권 자산가 그룹에 가장 가까운 오세훈 시장이야말로 한나라당의 표본이다. 본류이자 적자이자 마스코트다. 강남 3구에서 대역전해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다. 가진 것 많고, 배운 것 많은 강남주민들이 박근혜, 김문수, 오세훈 중 누구를 가장 선호할지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

    아이들 먹는 것 갖고 나를 포함한 다 큰 어른들이 갑론을박하며 정쟁을 벌이는 것이 좀 미안하고 부끄럽지만 무상급식 이슈는 계속 커져야 한다. 지금보다 훨씬 더 시끄러워져야 한다. 투표결과가 나올 때까지... 쭈~욱.

    오세훈 시장님, 화이팅이다!

 

    ※ 아래는 무상급식에 대해 ①도덕, 당위론 ②교육적 효과 ③일의 효율, 비용의 측면에서 적어본 2010/12/04에 올린 포스팅이다. 따로 종교적, 기독교적 측면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해선 ☞ 성경읽기 0076 마태복음 6장 11절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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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을 반대하며 소송이라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예전(2010/04/05)에 올렸던 포스팅인데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라서 좀 빼고 덧붙여 다시 올려본다. 시국이 시국이지만 먹는 것은 중요하니까. 세상만사 다 먹자고 하는 일 아니겠는가. 전쟁을 하더라도 먹고 해야 하고, 통곡을 하더라도 배는 고파 오니까.



죽을 때 죽더라도 먹을 건 먹어야. (고병규 원작)


    밥! 밥은 숭고하면서도 비루하다. 좁게는 입에 들어가는 것을 뜻하기도 하고 넓게는 경제를 돌아가게 하고 인간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모든 재화와 부를 상징하기도 한다. 탐욕의 근원이기도 하고 사랑을 나누는 숭고한 것이기도 하다. 배부른 자가 더 많이, 더 맛있고 귀한 것을 탐할 때의 밥은 죄악의 씨앗이기도 하지만 배곪는 아이의 주린 배를 채우는 밥, 곰팡이 핀 피부에 뼈만 앙상히 남은 아사직전의 생명을 구하는 밥, 모두가 함께 골고루 행복하게 나누어 먹는 밥은 사랑이다.

    생명을 잇는 밥부터 우선 주어야 한다. 그 다음이 사랑과 행복과 감동이 있는 밥을 주어야 한다. 그 이외의 밥은 엄밀히 얘기해서 밥이 아니다. 탐욕과 욕망을 위한 밥, 고상한 미각만을 위한 밥, 심지어 과시를 위한 밥은 잉여다. (들어는 봤나? 난 먹어도 봤다!)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이 없다. 없어도 그리 불행하지 않다.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던 시절 동네 친구인 갑과 을은 사시사철, 삼시세끼 보리개떡만 먹었다. 갑은 이후에도 사정이 별반 나아지지 않아 지금도 라면으로 식사를 때우기 일쑤다. 반면 을은 얼마 안 있어 큰 성공을 거둬 스테이크가 주식이요 냉장고엔 산해진미가 썩어가기 일쑤다. 갑은 개떡만 보면 구역질이 나고 을은 지금은 구하기도 힘든 개떡을 일부러 만들어 먹으며 옛 맛을 되새긴다. 똑같은 개떡을 먹어도 누구는 신물이 나오고 누구는 향수에 젖는다. 누구에겐 별미요, 누구에겐 쓰레기다. 밥에도 역시 인간의 주관적인 가치관, 각각의 취향과 개인적인 경험이 작용한다.



밥풀데기는 이렇게 먹어야 제맛! (고병규 원작)

삼시세끼 갈비를 뜯게 된 흥부도 그 때 그 맛은 잊을 수 없다는.


    먹거리(食)도 입는 것(衣), 사는 것(住)과 마찬가지로 베블런이 말한 귀족시장, 명품시장이 존재한다. 바로 가격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결정되는 시장이 아닌 유한계급을 소비층으로 하여 돌아가는 비쌀수록 잘 팔리는 시장이다. 이 시장에선 재화의 본래 용도는 그리 중요치 않다. 바로 상표와 가격, 평판이 더 중요하다. ‘싸고 질 좋은 명품’이란 그 자체로 형용모순이다. 루이뷔통, 아르마니에겐 모욕이다. Oh~ My~ God~ 신음을 내며 괴로워할 것이다. 먹거리엔 이런 명품 브랜드가 극히 희소하다. 먹거리가 입는 것, 걸치는 것 등 잡화보다 명품시장이 좁은 것은 그 용도 자체가 생명유지와 직결된, 가장 원초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부자든 빈자든 밥통의 크기는 거기서 거기다. 필요한 영양소는 같다. 그래서 차이를 가르는 것은 준평화적인 보통의 시장에서는 맛과 값이다. 여기서 나누어진다. 하지만 시장이 과도하게 기울어 난폭해지면 간혹 상놈 목구멍이 양반 똥구멍보다 못할 수도 있고(드라마 <추노> 대사 중에서) 대중이 기아에 허덕여도 농장주들은 오렌지를 구덩이에 모아 넣고 석유를 뿌려 폐기처분하기도 한다.(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중 한 장면)


 


“굶으면 죽는 것은 학~실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전하는 진리의 말씀, 내가 전적으로 동의하는 몇 안 되는 그의 발언 중 하나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 쟁취를 위해 단식농성중인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를
 
친히 왕림하시어 위로하시는 김 전 대통령



    못 먹기도 하고 일부러 안 먹기도 한다. 먹을 수나 있을까 고민하기도 하고 뭘 먹을까 고민하기도 한다. 세상은 요지경! 잘난 사람 잘난 데로 살고 못난 사람 못난 데로 사는 법인가. 무상급식과 관련한 모 방송 토론프로에서 한나라당 패널이 요새 굶는 아이가 어디에 있느냐며 열변을 토했다던데 이런 걸 보면 참 딴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하다.(누구냐 넌? 이 별에 온 목적이 뭐냐?) 오늘 저녁은 고기를 먹을까 회를 먹을까 고민하는 사람은 수돗물로 주린 배를 달래야 하는 사람의 심정은 죽었다 깨나도 알 수 없는 법이다.

    루이뷔통, 롤렉스를 쌈싸 먹는 듣도 보도 못한 고가의 명품(듣보잡이 아닌 듣보명!)과는 달리 먹거리는 이러한 베블런제(製)와는 거리가 멀다. 드러내어 과시하기도 쉽지 않고 반면에 누구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양 이상이 필요하며 누구도 최대한의 양 이상을 먹을 수 없다. 탈난다.

    양과 질을 떠나 먹는 것 갖고 자랑질하는 것만큼 우둔한 것은 없다. 하기야 우둔한 것을 넘어 엽기적인 일이 얼마 전에 있었으니 온갖 고기로 옷 비슷하게 만들어 걸치고 나와 충격을 준 엽기 TV 프로(스타킹)가 그것이다.(먹어는 봤나? 난 입어도 봤다!) 쇼다! 보여주기 위해선 옷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시를 위해 갈비를 입고 염통을 걸치고 바깥나들이를 할 수는 없다. 금의야행(錦衣夜行-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거닐음)이야 보람만 없지만 이건 당장에 미친 놈 소리 나온다. 먹거리는 기껏해야 창문을 열어놓고 등심 굽는 냄새를 피우거나 꺼~억 트림을 하며 잇몸 사이에 끼인 고깃점을 씨~익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 가장 적극적인 과시방법이다. 



    무릇 밥, 모든 먹는 것은 신성한 것이다.



    그럼 무상급식. 우리 아이들에게 먹이는 밥에 대해선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구체적으로 몇 가지 추려보면 ①도덕, 당위론 ②교육적 효과 ③일의 효율, 비용 면으로 접근할 수 있겠다.


    ①도덕, 당위로 접근하면 반대자들이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다. 애들 하루 밥 한 끼 먹이자는 데 뭐가 그리 복잡한가. 있는 집 자식 없는 집 자식 가리지 말고 우리 아이들 눈칫밥 먹이지 말자는 데 뭐가 그리 시비인가. 할 말이 없다. 그래서 포퓰리즘이니 뭐니 하면서도 한나라당도 무상보육 운운 뒤쫓아 가고 맞불을 놓을 수밖에 없다. 포퓰리즘 하면 또 한나라당 특기 아닌가. 어쩌면 반값등록금 공약처럼 대학구내식당까지 무상급식하자고 오바할지도 모른다.

    행복시 공약(公約)을 뒤집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어떤 공약을 한들 먹혀들 힘이 급감하였지만 사실 무상보육부터가 조만간 실행하기엔 불가능한 공약(空約)이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은 우선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무상급식은 무상보육의 기본이다. 소요경비로 따져도 무상급식이 배꼽이라면 무상보육은 배다. 무상보육이 급하니 먼저 하자는 말은 말장난이다. 보육(保育), 보호하여 기르는 데 먹이는 것이 빠질 수가 있는가. 무상급식은 이미 무상보육에 포함된 개념으로 봐야 옳다.

    하여튼 여론이 어떻게든 아이들 굶기지 말고 먹이자는 데까지 합의에 이른 것, 한나라당을 여기까지 견인해 온 것만도 커다란 진전이다. 못 먹었던 설음, 먹는 것이 그만큼 중요했던 우리의 가난의 역사, 설음의 역사 그리고 어른들은 몰라도 자라나는 아이들만큼은 굶기지 말자는 유교적 미덕 등 모두 도덕과 당위에서 어쩔 수 없이 한나라당이 밀릴 수밖에 없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②아이들에게 미치는 교육적 효과로 봐도 무상급식이 좋다. 어른들의 정책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비췰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한다. 무엇이 아름다운 그림인가. 인간적인 정책인가. 한나라당 왈 무상급식은 부자급식이며 부자 자식들에게까지 공짜밥 줄 정도로 국가가 한가하지 않다고? 결과적으로 서민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든다고? 놀부가 흥부를, 이건희씨가 노동자를, 이명박 대통령이 철거민들 걱정해주는 것도 아니고...고마와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효율과 비용을 떠나 일단 아이들에게 교육적이지 않은 언사, 아름답지 못한 모습이다. 아이들까지 빈부를 나누고 좌우를 나눠서야 쓰겠는가.

    아이들은 일단 세상의 복잡한 것, 어두운 것과 떨어져 우선은 서로서로 어울리며 먹고 놀며 자라야 한다. 자신이 가난한 것을 증명해야만 먹을 수 있는 눈칫밥은 감수성 예민한 자라나는 아이들에겐 교육적으로 최악이다. 자라나는 새순에 제초제를 뿌려대는 것처럼 치명적이다. 아무리 남들이 모르게 한다고 해도 해당 학생 본인마저 모르게 할 수는 없다. 그 자체로 상처다. 선의로 위장한 폭력이다.

    가난한 서민에게만 복지의 혜택을 소낙비처럼 퍼붓고 싶은가? 부자인 자신의 자식마저 공짜밥을 먹는 것이 부담스럽고 미안한가? 간단하고 좋은 방법이 있다. 서민에게만 차별적으로 무상급식을 할 것이 아니라 부자들에게만 차별적으로 유상급식을 하는 것이다. 굳이 세금, 급식비 등 강제적이지 않아도 좋다. 일단 국가에서 세금으로 예외 없는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그래도 정 미안하고 내 아이의 가난한 친구들의 더 좋은 먹거리를 위해 금액을 추가 부담하고 싶은 학부모라면 부자이건 아니건 정해진 기금에 십시일반 자발적으로 송금하면 된다. 기금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흐르면 일정 수준 이상의 부자들로 그 자격을 제한하면 된다.

    어차피 선택적 급식, 효율적 재정을 써야한다면 빈자들이 자신의 가난함을 증명할 것이 아니라 부자들이 자신의 부유함을 증명하게 하는 것이 더 교육적이다. 이런 게 부자들도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노블리스오블리제 교육이다. 부자 자식이 얼마나 부모를 자랑스러워하겠는가. 얼마나 세상을 아름답게 보겠는가. 너무 허황된 정책인가? 유토피아적 환상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한나라당과 한나라당의 급식정책을 지지하는 이들의 서민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③도덕적으로 옳지만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는 떨어지는가? 4대강 사업, 경기활성화를 위한 재정지출 등 가뜩이나 빠듯한 재정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효율 면에서도 결코 낭비가 아니다. 일단 세금을 거둔데도 아이들 먹이는 것만큼은 합의에 이르렀으니 조세저항의 사회적 비용이 적다. 그리고 무조건적 무차별 급식이 행정면에서도 더 효과적이다.

    무상급식을 선별급식과 비교한다면 대상자를 선별 심사하여 결정하는데 들어가는 행정력, 행정비용만 놓고 보면 제로다. 선별과정상의 착오와 불합리로 많든 적든 피할 수 없는 재정의 낭비, 누수(꼭 필요한 곳에 가지 못하는 경우 역시 넓은 의미에선 재정의 누수다) 역시 제로다. 광활한 들판에 있는 농작물에 헬기로 비료를 뿌리느냐 일일이 손수 비료를 뿌리느냐만 생각해도 답이 나온다. 그래도 지출되는 재정의 절대치는 늘어날 것 아니냐고 따진다면 그 말은 맞다. 하지만 공동체의 먼 장래를 보고 인적자원에 투자한다는 측면에선 결코 아깝지 않은 지출이다.

    줄이더라도 다른 곳에서 줄이는 게 맞다. 필요하다면 강당을 팔고 책상을 팔 각오로 예산배정의 최우선 순위를 급식에 두어야 한다. 교육의 최우선 순위를 무상급식을 통한 육체적, 정서적 건강의 성장에 두어야 한다. 기성세대가 자녀세대에게 해줘야 할 최소한의 도리, 국가가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의무교육의 마지노선은 먹이는 것이라야 한다. 뭐를 가르치든 일단 먹이고 시작하잔 얘기다. 비용이야 건물 하나 덜 짓고 도로 몇 키로 덜 깔아도 충분하다. 4대강 예산에 비하면......껌값이다. 윈스턴 처칠은 영국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는 아이들에게 우유를 먹이는 것이라고 했다. 배가 고픈데 영어, 수학이 머리에 들어갈 리 없다.


    효율에 대한 나의 거칠은 주장, 감정적 선동이 아닌 객관적인 수치와 자료에 근거한 보다 논리적이고 정교한 주장은 바이커님 블로그 ‘무상급식이 선별급식 보다 효율적인 이유’를 참조할 만하다. 그의 글 ‘선별급식이 복지병 키운다’를 보면 보수적인 시장자유주의자들이 즐겨 걱정하는 복지병(과도한 복지에만 의존하여 생산성이 떨어지는 현상)의 가능성이 선별급식 때 더 커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찬반이 나뉘는 것이 위에 열거한 세 가지 측면의 접근이 아니다. 이념의 문제, 정파적 편견, 계급적 유불리와 정치적 헤게모니 장악이 수면아래 도사리고 있다. 부자급식이니, 재정효율이 떨어지니, 어떤 이유를 갖다 붙여도 다 핑계일 뿐이다. 차라리 내 자식이 남과 똑같이 취급받아서 불쾌하다는 말이 더 설득력이 있다. 마음 같아선 내 자식은 집안 요리사가 만든 특제 바비큐 먹이지 친구들이 먹는 오뎅은 안 먹이고 싶다는 거다. 양반 상놈 겸상하기 싫다는 것밖에 안 된다.

    이건희씨 손자야 줄을 서서 밥을 타 먹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일 것이다. 그들의 사전엔 급식이란 단어가 없을 수도 있다. 하다못해 천원짜리 햄버거라도 지돈 내고 사먹을지언정 공짜로 준다해도 보통사람들과 섞여 줄서서 기다려 받아먹는 것은 참을 수 없다. (보통과) 섞이기 싫어하는 취향이랄까. 귀족의식, 특권의식이랄수도 있지만 취향에까지 이르른 것이기 때문에 더욱 강력하고 완고하다.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과 문화의 차이다. 나는 이건희 회장님이 잠바떼기 입고 노동자들과 함께 어울려 구내식당에서 줄서서 밥을 타 먹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어찌 감히 머슴이 상전과 함께 한줄에 서고, 한상에 먹을 수 있겠는가. 필요에 의해 연출해야 한다면 회장님께옵선 이만저만 고역이 아닐 것이다. 훠이~ 물렀거라. 회장님 나가신다. 자신의 앞길에 개미새끼 한마리 얼쩡거리는 것이 불편하실 것이다.


    교육 역시 다를 것 없다. 과목마다 전문 과외선생님을 둘 수도 있고 아예 1인만을 위한 맞춤형 사립학교를 통째로 세운다 해도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갑부들이 몇몇이나 되겠는가. 이런 부자집 도련님, 소황제(少皇帝)에게도 예외없이 무상급식의 혜택(!)을 주어야 한다. 같은 식판에 같은 반찬을 담아주어야 한다. 집에서는 꽃등심으로 쌈을 싸 먹든 캐비어로 밥을 비벼 먹든 내 알 바 아니다. 등심 위에 쌈을 얹어 먹든 쌈 위에 등심을 얹어 먹든, 밥을 캐비어로 비벼 먹든 케비어를 밥으로 비벼 먹든 내 알 바 아니다.

    일단 학교에 보냈으면 똑같이 먹이고 똑같이 공부시켜야 한다. 공공의 통제아래 두어야 한다. 그들이 커서 막대한 금력과 특권을 누릴 것을 생각한다면 어려서부터 함께 먹고 함께 생활하는, 더불어 함께 사는 공공성에 대한 교육은 더욱 중요하고 필요하다. 교육적으로 무상급식이 옳은 이유는 없는 집 자식, 있는 집 자식 가리지 않는다. 있는 집 자식의 특권의식을 없애려면 오히려 없는 집 자식보다 교육적으로 더욱 필요하다. 보편적 교육은 보편적 대우, 보편적 복지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적어도 이런 철학이 깃든 교육이 인성의 바탕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어린 초등학생 때부터 실행되어왔더라면 매값폭행 최철원같이 특권에 쩔은 재벌 2세 개망나니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한다.


    원래 (기득) 권력은 '보편'을 싫어한다. '평등' 다음으로 생리적으로 싫어하는 말이다. 권력, 강자가 추구하는 본질은 불평등과 독점이다. 그들은 보편, 평등보다 차별, 특권을 좋아한다. 다 같이 10을 먹는 것을 택할 바엔 내가 8, 남이 5를 먹는 것을 택한다. 다 같이 등심을 먹는 것을 택할 바엔 나는 삼겹살, 남은 닭다리를 택한다. 다 같이 학교 식당에서 왁자지껄 어울려 먹는 것보단 외로워도 섞이지 않고 혼자 먹는 게 편하다. 권력에겐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전우익 저>가 아니라 <다 같이 잘 살믄 무슨 재민겨>다. 모두가 걸치고 다니는 명품은 더 이상 명품이 아니듯이 모두에게 주워진 동등한 권리는 따로 권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래서 무상급식은 하나의 정책 이상의 상징과 파워가 있다. 복지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제도권력과 시민권력, 귀족권력과 서민권력간의 권력의 재편, 이동의 단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정치세력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생활 이슈, 1:1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구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슈퍼 이슈다. 자신의 본색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리트머스 이슈인 것이다. 자식 둔 서민이 얻을 수 있는 실질적 이익도 상당하고 정치적 각성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갑론을박, 치고 박고 싸울수록, 시끄러워질수록 유권자, 시민들 입장에선 유리한 이슈다.


    눈치밥이 주는 상처와 서민들의 급식비 부담 VS 빈민뿐 아니라 서민들의 밥상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과 또 그들과 똑같이 먹어야 한다는 불편함. 어느 한쪽이 양보해야 한다면 당연 후자가 양보해야 한다. 강자가 약자에게 양보해야 한다. 소수가 다수에게 양보해야 한다. 전면적이고도 예외없는 무상급식이 옳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인인 국민이(民主) 나서서 다 함께 밥을 먹는(共和) 제도 한번 만들어 보자. 생활보호대상자든 재벌이든 우리아이들 차별하지 말고 다함께 똑같이, 민주주의해서 밥 한 번 먹여보자. 다른 건 몰라도 먹는 것 같고 인색하게는 굴지 말자. 아이들 보기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 화면을 Click!

불끄러 온 줄 알아야지!
깨갱할 그(들)이 아니다. 그들에게도 전가의 보도, 궁극의 필살기가 있다!
민주주의가 밥 멕여주냐? 배고픈 줄을 알아야지!



    내 말이 그 말!!

    굳이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배고픈 줄 안다면, 그 고통과 설음을 안다면,

    우리 인간적으로 아이들 밥은 먹이고 합시다!



※ (2015/03/19 현재) 무상급식 문제는 이것으로 일단락, 정리가 된 것으로 보았는데 새누리당 홍준표 경상남도 지사로 인해 한바탕 또 소동이 일고 있다. 이것은 역사의 역주행, 반동이다. 이것은 한국사회가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보수 기득권을 아직 완전히 극복, 제어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아직은 갈 길이 먼 듯하다. ㅠ.ㅠ. (관련포스팅 ☞ 무상급식? 의무급식! - 제발 아이들 밥 좀 먹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