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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신앙생활

성경읽기 0022 : 열왕기상 2장~5장

어멍 2010. 8. 13. 00:59


    상, 하로 구성되어 있는 열왕기(列王記)는 말 그대로 여러 왕들의 이야기다. 구체적으론 다윗이 죽은 다음 솔로몬의 역사와 솔로몬 이후 남왕국 유다와 북왕국 이스라엘로 분열된 이스라엘을 통치한 왕들과 이때 활약한 선지자들 이야기다.

    [열왕기상]의 저자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예레미야가 썼다는 설이 유력하다. 주요 인물은 다윗, 솔로몬, 르호보암, 여로보암, 아합, 엘리야, 엘리사, 히스기야, 요시야. 핵심어는 지혜, 분열. 1~11장은 통일왕국 시대, 12~22장은 분열왕국 시대로 풍요와 번영의 시대에서 가난과 침체의 시대로 가는 이스라엘 민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왕 되신 여호와를 거부하고 스스로 통치하려다 결국 넘어지게 되는 이스라엘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세월이 많이 흘러 다윗 왕도 늙고 쇠약해진다. 다윗 왕의 죽음을 전후하여 아도니야 왕자 진영과 솔로몬 왕자 진영의 왕위를 둘러싼 권력투쟁이 일어나고 다윗 왕이 솔로몬의 손을 들어주어 축복해줌으로서 솔로몬이 승리하게 된다.


2장 17절

아도니야가 말했습니다. “(솔로몬) 왕에게 말씀드려 수넴 여자 아비삭을 내 아내로 삼을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왕위에선 밀려났으나 목숨은 구한 아도니야가 아비삭이라는 여자를 탐내 솔로몬 왕의 어머니인 밧세바에게 부탁하며 하는 말이다. 아비삭은 늙고 쇠약해진 다윗 왕이 품으면 혹 그 온기를 얻지 않을까 하여 신하들이 이스라엘 온 땅을 누비며 찾아온 젊고 아름다운 여자였다. 하지만 다윗 왕은 아비삭과 잠자리를 함께 하지는 않았다. 그런 여자를 아도니야가 탐낸 것이다. 헐~! 죽을라고 작정한 것이다. 그래도 엄연히 선왕의 여인이다. 이는 돌아가신 아버지 다윗에 대한 불충이요, 솔로몬 왕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다.

    얼마나 아비삭이 예뻣길래 아도니야는 이런 무모하고 어처구니없는 부탁을 감히 할 수 있었을까. 가뜩이나 왕권싸움에서 패해 이미 솔로몬 왕이 한번 목숨을 살려준 이후이니 바짝 엎드려 있어야 할 상황이었다. 이렇게 분위기 파악을 못하다니! 아도니야는 분명 영민하고 똑똑한 인물은 아니었던 듯싶다. 단순한 사람, 아둔한 사람, 생각 없는 사람, 요즘 말로는 개념 없는 사람이었으리라. 반면 솔로몬은 한 아기를 두고 자신의 아기라 주장하는 두 여인에 대한 유명한 명판결이 전해져오듯이 지혜로운 인물이었다. 솔로몬의 이름은 지혜의 상징이다.

    결국 분노한 솔로몬은 보장해주었던 아도니야의 목숨을 거두어들이고 일찍이 그를 편들었던 제사장 아비아달을 그의 고향으로 쫓아내고 군사령관이었던 요압은 죽인다. 요압은 젊은 다윗과 함께 수많은 전투에서 많은 전공을 세운 용맹한 장수이기는 하였지만 본래 정의롭고 선한 인물은 아니었다.

    다윗 왕이 죽었다. 그 시대를 풍미했던 일단의 세력도 정리됐다. 한 시대가 저문 것이다. 솔로몬의 발이 가벼워졌다. 아마도 아도니야와 그를 따르던 무리를 정리할 기회를 벼르고 있었을 수도 있다.


    선위, 왕권을 둘러싼 왕자들 간의 다툼에는 항상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피바람이 불곤 했다. 절대 권력을 휘두르던 진시황은 원정길에서 돌아오던 중 갑자기 병을 얻어 변방에 나가 있던 왕자 A에게 선위할 것을 유언하나 왕자 B는 진시황의 심복인 신하 C와 내통하여 유언장을 거짓으로 꾸미고 왕위를 찬탈한다. A 왕자에게는 죽음을 명령하는 진시황의 조작된 명이 떨어지고 결국 A는 그것이 가짜임을 알면서도 죽음을 맞는다. 왕자 B가 진나라 2대 황제 호혜다. 중국 최초의 막강했던 통일제국인 진나라는 호혜 이후 얼마 못가 멸망하고 만다.

    태종 이방원은 1차, 2차 왕자의 난을 통해서 아버지 태조 이성계의 개국공신들과 손위, 아래의 형제들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다. 대낮 도성 한복판에서 왕자들 간에 세력을 모아, 대규모 병력이 공개적인 전투를 벌였다는 것은 태조는 말만 왕일 뿐 실권을 이미 잃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력의 관심이 차기로 넘어갔다는 거다.

    성주(城主) 히데토라는 70세가 되자 타로, 지로, 사부로 세 아들을 모아놓고 은퇴를 선언하며 그 권한과 재산을 상속한다. 타로, 지로는 효를 거론하며 아버지의 뜻을 받들지만 막내 사부로는 이에 반대하여 그 뜻을 거두시라 히데토라를 설득하려 하고 이에 격분한 히데토라는 막내아들을 내쫓는다. 하지만 실권을 내준 히데토라는 순식간에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되고 첫째 타로, 둘째 지로로부터 하극상의 굴욕을 당하기에 이른다. 결국 히데토라는 이들에게 쫓기는 비참한 신세가 되어 정신까지 반 실성하게 된다. 셰익스피어 비극 <리어왕>의 구로사와 감독 버전 <란> 이야기다.


 

란, 亂, Ran - 구로사와 아키라, 黑澤明, Kurosawa Akira



타로(노랑), 지로(빨강), 사부로(파랑) 세 아들을 모아놓고 은퇴를 선언하는 히데토라



아들들과의 권력투쟁에서 패해 결국 타로와 지로의 군대에 의해 쫓겨나는 히데토라



알록달록 밝은 따스함과 잿빛 어둠, 좋았던 시절과 참혹한 현재, 부귀에서 빈천으로, 정상에서 나락으로... 누구든지 미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한의학에서도 이런 경우에 나타나는 육체적, 정신적 증상과 병명에 대한 언급이 있다. 상귀후천 명왈탈영 상부후빈 명왈실정(嘗貴後賤 名曰脫營 嘗富後貧 名曰失精), 곧 ‘일찍이 귀하다가 천하게 되는 것을 일러 탈영이라 하고 부유하다가 가난하게 되는 것을 일러 실정이라 한다’는 말이다. 너무 길어지므로 구체적 증상은 생략. 영화에 나오는 히데토라의 몰골과 표정을 보도록. 너무 흉측하고 비참하므로 이미지는 생략.


히데토라 외 배역들의 연기도 좋지만 구로사와 감독이 연출하는 화면은 전체적으로 색감과 구도가 좋다. 때론 꼬꼬마 텔레토비나 무지개떡 같이 알록달록 밝고 예쁘기도 하고, 때론 깊은 어둠 속에 떠 있는 명멸하는 성운처럼 적과 흑의 어두운 색조로 강렬한 대비를 이루기도 한다. 대각선 위주의 통일과 일탈이 조화된 균형잡힌 구도, 롱샷 위주의 원근을 강조한 화면은 깊은 입체감을 보여준다.

 


    일찍이 아들 압살롬의 반란을 겪었던 다윗이다. 다행히 늙고 쇠약해졌으나 실권을 잃지 않아서, 아도니야의 세력이 아직 강성해지지 않아서 뜻한 대로 솔로몬에게 양위할 수 있었다. 양위, 권력승계는 너무 늦어도 너무 빨라도 위험하다. 히데토라는 너무 일러서, 진시황은 (불의의 병으로 미처 대비치 못하여) 너무 늦은 셈이 되어서 제국과 가문이 몰락했다.

    1차 왕자의 난이 태조 7년에 일어났으니 이성계는 생각보다 일찍 권력을 잃었으며 다윗은 이불을 덮어줘도 몸이 따뜻해지지 않을 때까지 영(令)이 섰으니 생각보다 오래 권력을 장악했다.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사울의 핍박에서 생존하여 결국 승리하고 40년간 왕위를 지킨 것을 보면 다윗은 용감한 전사, 시인, 음악가이기도 했지만 뛰어나고 능숙한 정치가이기도 했다.

    아비와 아들, 1세대와 2세대의 권력관계, 권력의 이동이다. 반란, 혁명, 점령, 반정, 환국 등 모든 권력의 이동에 동반되는 격동성, 비정함에서 예외일 순 없다. 민주주의 아래서의 정권교체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본질에서는 마찬가지다.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되도록 혼자, 되도록 많이 먹으려 한다.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는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는 대통령 취임 직전의 남자, 가장 불행한 남자는 대통령 퇴임 직후의 남자’라는 우수개소리도 있나보다.

    권력이란 좁은 의미에선 정치권력이지만 넓은 의미에선 세속적 권세의 통칭이다. 돈, 명예를 포괄한다. (정치)권력은 그것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통로이며 그 모든 것을 포괄하고 상징함에 부족함이 없다. 권력을 원함은 단지 로봇이나 장기판의 졸처럼 모두가 자기 뜻대로 움직이는 한순간의 쾌감만을 원하기 때문은 아니다. 가난한 권력, 볼품없는 권력, 초라한 권력을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정치)권력 자체가 이름뿐인 명예만이 아니라 부와 영광, 화려함, 안락함 등 모든 세속적 권세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실지로 권력의 움직임에 따라 대규모 이권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만약 얻는 것 없이 입에서 단내가 풀풀 날 정도로 희생, 봉사, 고생만 하는 것이 권력이라면 모두가 똥이나 벌레를 보듯이 피하고 도망칠 것이다. 듣기로는 스위스에선가? 몇 번에 걸쳐 연임한 장수 장관이 도저히 못 견디고 그만두고 도망쳤다든가 뭐라나? 한마디로 장관자리가, 권력이 영양가 없다는 말이다. 부러운 일이다!

    지금, 우리는 어떤가?


    이명박 정권 초기부터 점령군 행세하듯 중요 직책, 주요 포스트에 대한 전격적인 대규모 물갈이가 진행됐다. 반드시 손발을 맞추어야 하는 핵심 자리는 이해할 수 있지만 정치성향과 거리가 먼 문화예술계, 임기가 보장된 자리, 중하위 직책까지 싹쓸이하듯 갈아치우는 것은 거세, 학살에 가까웠다. 그 과정에 표적사정 등 온갖 비열하고 불법적인 협박을 서슴치 않았음은 물론이다. 사장에서 수위까지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갈아치울 기세다.

    지난 8월 8일에 있은 개각을 보면 일일이 거명하기가 짜증날 정도로 기존보다 더 강성인 친위세력 일색이다. 게다가 가장 죽을 쑤고 있는 외교, 국방, 통일의 외교안보라인과 4대강 주무부처인 국토해양과 환경은 전원유임이다. 개악이다. 전임 경찰청장도 자진사퇴하는 형식을 빌려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신임경찰청장에 내정됐다고 한다. 조현오 본인이 이명박 대통령의 뜻을 가장 잘 받들 강성 인물이기도 하려니와 그의 임기가 차기 대선 전에 끝나니 경찰을 다시 한 번 줄세움으로서 권력누수를 막으려는 의도가 노골적이다. 잔머리지만 세련되고 효과적인 권력운용이다. 이렇게 쉽게 무력화되는 임기제라면 차라리 폐지하는 게 낫다.

    이명박 대통령. 여러모로 볼 때 권력욕이 대단한 사람이다. 이번 개각을 보면 권력상실, 레임덕에 대한 그의 두려움마저 느껴진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고지도자의 자질로 들었던 세 가지, 역사의식, 살림살이능력, 권력의지 중 역사의식, 살림살이는 0점이지만 권력의지만큼은 10점 만점에 15점이다. 그런 그가 권력을 놓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가뜩이나 전임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그이기에 필사적일 것이다.

    당장 G20 행사를 마치고 연말부터 개헌이다 뭐다 시끄럽게 생겼다. 내각제가 되면 친이 의원 10명만 확보해도 최소한 노 대통령이 겪었던 박해, 비극은 피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 이것일까? 각하를 과소평가하는 불경이다! 허수아비 총리를 막후에서 조종하는 실력자, 아예 이 대통령 본인이 총리가 못 되리란 법이 없다.


    요압은 다윗의 군사령관으로 젊은 다윗을 도와 다윗왕국의 초석을 놓았던 인물이다. 다윗이 유다의 왕이었을 시절, 요압은 다윗이 제휴하고 축하하였던 이스라엘의 군사령관 아브넬을 다윗 모르게 암살하여 “내가 비록 기름 부음 받은 왕이지만 오늘은 내가 약하여서 이 스루야의 아들들(요압 무리)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여호와께서 직접 그들에게 벌을 내리시기를 바랄 뿐이다.”[삼하 3:39]라고 다윗의 저주를 받기도 했다. 저주의 기도는 나쁘다. 하지만 악인의 미움을 받는 이가 진정한 선한 사람이듯 선한 사람이라면 악을 미워하고 기피하기 마련이다. 때론 용감히 맞서 싸워야 한다.

    “우리가 비록 독재를 극복한 시민들이지만 오늘은 우리가 약하여 이 독재의 아들들(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여호와께서 직접 그들에게 벌을 내리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하나님의 뜻이 이 나라와 함께 하시기를......



5장 5절

여호와께서는 내 아버지 다윗에게 ‘네 뒤를 이어 네 아들이 왕이 되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가 나에게 예배드릴 성전을 지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보십시오. 이제 나는 내 하나님 여호와께 예배드릴 성전을 지으려 합니다.

 

    솔로몬이 아버지 다윗의 친구였던 두로 왕 히람에게 자신의 성전건축을 도와줄 것을 청하며 하는 말. 솔로몬은 히람에게 자재와 기술의 도움을 받아 성전과 자신의 왕궁을 완성한다. 다윗 왕이 오래 전부터 히람 왕과 쌓아온 평화우호외교의 성과다. 솔로몬의 공이자 아버지 다윗의 덕이다.

    하나님의 역사하심이요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