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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아는 건 쥐뿔 없어요 - 한나라당 지방선거 홍보 동영상 <선거탐구생활>

어멍 2010. 5. 20. 00:57


문제가 되자 한나라당에서 급히 삭제했네요.
조중동은 역시나 쉬~쉬~ 하지만 이미 딱! 걸렸어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보라고 만든 홍보물 마음껏 돌려 보아요.



    의문인 것이 뉴스를 바퀴벌레 다음으로 싫어하는 여자, 드라마를 재방삼방보는 여자, 아는 건 쥐뿔도 없는 여자, 무식이 통통 튀는 여자일수록 한나라당을 안 찍을 거라는 이 터무니없는 자신감이 어디서 나왔을까 하는 점이다. 반대 아닌가?! 하긴 조중동은 물론이요 KBS 등 이미 장악된 공중파에서도 뉴스란 뉴스는 모두 한나라당에 우호적으로 편성되고 있으니, 이것에 근거한 자신감의 발로일 수도 있겠다. 그런 면에서 남자든 여자든 '아는 것 없는 사람'보다 '잘못 알고 있는 사람', '전혀 모르고 있는 사람'보다 '편벽되이 알고 있는 사람'이 훨씬 더 위험하다.

   
    남성 : 오세훈 42.0% / 한명숙 48.1%
    여성 : 오세훈 56.6% / 한명숙 34.6%

    리얼미터(2010. 5. 15) 여론조사 결과다. 굳이 '아는 건 쥐뿔도 없는 여자'가 아니라도 정치는 이미지, 인물이 먼저다. 유시민이 경기도에서 김문수를 뒤집은 것 역시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토론에서 보여준 유시민의 이미지는 기존의 싸가지 없다는 인상, 사나우면서도 얄밉다는 인상보다 스마트한 인상, 보다 원숙하고 다듬어지고 여유있는 인상이었다. 그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세훈 역시 한 인물 한다. 훤칠한 키에 미남형이고 사근사근하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인상비평을 하자는 건 아니지만 유시민, 오세훈 후보에 비해서는 많이 딸리는 게 사실이다. 더구나 한나라당 지지층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친박 유권자들에게 단단히 미운털이 박혀있으니 표의 응집력도 많이 떨어진다. 당만 같을 뿐 박근혜 의원에게 적대적으로 대립각을 세운 건 옛날이나 이후에나 유시민 후보보단 김문수 후보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이것 말고도 출신성분을 들 수 있는데 오세훈은 변호사를 거쳐 정치를 잠시 떠나 TV에서 활동하며 이미지를 쌓은 전형적인 서울깍정이, 전형적인 중상류층 이미지가 있는 반면 김문수는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에 고문까지 받아가며 투쟁한 민주, 노동운동가 출신이란 거다. 지금은 변신, 변절했지만 한나라당 시각으로 보자면 데모꾼, 극렬좌파, 빨갱이도 이런 빨갱이가 없다. 한마디로 오세훈은 적자요, 김문수는 서자다.

    같은 일이 두세번 반복되면 결코 우연이 아니듯이 518 기념식장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이 금지되고 <방아타령>을 부르려 했던 일, 조화 대신 알록달록 축하화환을 보낸 일, 그리고 여성비하적인 홍보영상까지. 한나라당이 보이는 행태와 마인드가 전근대적이라 표현하기에도 부족할 만큼 몰상식하고 유별나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숨이 턱턱 막힌다. 고루한 것에 더해 천박하기까지 하다. 원칙과 상식은 퇴화되고 정치공작, 이미지 홍보는 이상발달되었다. 때가 어느 땐데 국민 수준을 뭘로 보고 이렇게 무시하는 것일까. 목동의 지팡이에 우루루 몰려다니는 생각없는 양떼처럼 정말 지르면 당하고 감추면 속는다고 생각하는 걸까. 정말 위 동영상은 단순 실수, 하나의 헤프닝성 코미디에 불과할 뿐일까. 하지만 위 동영상과 여론조사 결과는 불편한 진실처럼 '절반의 진실', '역설의 오버'를 담고 있다.

    간이 배밖으로 나와 자신감이 충만하다. 반면 부풀어 오를데로 오른 거품처럼 혹시라도 터질까 노심초사 불안하다. 한나라당의 세력은 지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멕시멈이다. 중앙권력, 지방권력 막론하고 사실상 일당독재다. 이보다 더 좋으려면 박정희씨의 유정회처럼 또 하나의 한나라당, 보수 괴뢰정당, 직할정당을 만드는 방법뿐이다. 실재로 지금도 한나라당과 별반 차이없는, 같은 보수성향인 친박연대, 자유선진당, 국민중심당 등 보수세력의 전체적 볼륨은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부풀어 있다.

    한나라당의 좌충우돌 자신감과 행태가 전혀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니다. 정치에 무관심할수록 이미지에 좌우될수록 한나라당, 수구기득권 성향을 띠며 그들에게 포섭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지금의 한나라당 행태는 실재 그런 현상, 그런 효과가 현실로 들어난 결과일 뿐이다.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을 제어하는데 명백히 실패하고 있다. 속고도 화를 내지 않고 모욕을 당하고도 징벌치 않는다. 그런데 뉴스와 정치와 선거에 관심을 가지라니!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드라마보다 토론을 보라니! 잠자는 유권자를 깨우려 하다니! 역설이고 오바다. 이런 것을 선에 봉사하는 악, 악을 통해 선이 드러나는 세상의 이치, 하나님의 섭리라고 해야하나! 시민들이 똑똑해질수록 한나라당은 괴롭다. 여성비하 이전에 선거전략상 자체징계감이다.

    정책과 이슈보다 시시콜콜 연예인 사생활에 관심을 쏟고 정치인보다 연예인 이름을 더 많이 아는 사람도 많지만 깨어있는 사람, 생각하는 사람, 배운 여자들도 많다. 오늘따라 2008년 촛불집회 때 인터뷰했던 촛불소녀(인터뷰1, 인터뷰2)가 생각난다. 그런 세대, 그런 여성들에게 희망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