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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utcracker(호두까기인형) - 볼쇼이 벨라루스 국립 발레단

어멍 2009. 12. 24. 22:55
 

                    호두까기인형 - 볼쇼이 벨라루스 국립 발레단

    The Nutcracker - National Academic Bolshoi Ballet Theater of Belarus




                                               제1막 초반부 호두까기인형들의 행진때 나오는 <March>


 

원작 Original Story : E. T. A. Hoffman

대본 Original Libretto : Marius Petipa

작곡 Music : Pyotr Tchaikovsky

안무 및 연출 Choreography : Valentin Yelizariev

 

줄거리 Synopsis


제1막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저녁이다. 드로셀마이어는 대녀인 마샤를 위해 인형 선물을 만든다. 마샤는 예쁜 인형을 제쳐두고 못생긴 호두까기 인형을 고른다. 이슥한 밤 마샤의 꿈에서 생쥐들과 호두까기 병정들의 전투가 시작된다.

마샤는 위험에 빠진 호두까기 인형을 구하려고 생쥐대왕을 향해 칼을 던진다. 생쥐대왕을 물리치려는 순간 생쥐대왕은 가면을 벗는데 생쥐대왕은 다름 아닌 드로셀마이어다. 못난이 호두까기 인형은 간 데 없고 멋진 왕자님이 나타나고 마샤는 아름다운 공주가 된다. 드로셀마이어는 모든 사람을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하고, 마샤와 왕자도 참여한다. 그의 친구들은 예쁜 눈꽃송이들과 함께 춤을 추며 과자의 나라로 환상의 여행을 떠난다.


제2막

햇빛은 눈송이들을 멋진 꽃으로 변하게 한다. 환상적인 여행은 계속된다.

환상의 나라에 도착하자 아름다운 왕국이 펼쳐지며 마샤와 왕자를 맞이하는 팡파레가 울려 퍼진다. 왕궁에서는 귀한 이들을 위한 환영의 춤이 시작된다. 페르시아, 스페인, 중국, 러시아, 프랑스 인형 등이 축하의 춤을 추고 마샤와 왕자는 화답의 춤을 춘다. 모든 인형이 사랑하는 한 쌍을 축하해주고 모두는 행복에 넘친다. 절정으로 이르는 순간 음악과 왕국이 사라져 가고 마샤는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이 모든 것이 꿈이라니! 마샤는 드로셀마이어에게 안겨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제2막 <꽃의 왈츠>의 한 장면. 여성의 동작은 꽃, 남성의 동작은 벌을 연상시킨다.



    지난 20일에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난생 처음 발레라는 걸 직접 보게 됐다. 120분의 시간(중간 휴식 20분)이 지루할 새도 없이 재미도 있었고 감동적이었다. (딱! 내 스탈이야!) 아내와 다영이도 재밌게 본 듯한데 종서는 몸을 비비 꼬며 지루해하더니 몸을 옆으로 눕고 급기야 비몽사몽 꾸벅꾸벅 졸기도 하였다. 2막에서 페르시아, 스페인, 중국, 프랑스, 러시아 인형 등이 차례로 번갈아 가며 무대 중앙에 나와 축하의 쌍쌍춤을 펼칠 때에 한다는 말씀!
    “아휴~ 또 나와? 아빠 심심해!”



                              
                                내가 이렇게 거실에 앉아있으면 귀가하는 족족 내 앞에서 춤을 춰야 하는 거다.
            (드로셀마이어가 무대 중앙 뒤편에 요 자세로 앉아있으면 각 나라의 커플들이 그에게 정중히 인사를 한 후
                                            무대 중앙으로 나가 각각의 독특한 2인무를 펼치기 시작한다.)


                                                    뭐 다음과 같은 최신 유행 유아용 막춤도...괜찮다.

 다영, 종서의 Wild Days and Hot, Crazy Nights!



    발레 치고는 이야기도 춤도 아기자기하고 재밌는 게 아이들에게도 재미를 줄 듯 한데 아직 어린 사내놈에게는 무리였나 보다. 1892년 초연 당시에는 어린아이들이 등장하는 최초의 발레가 다소 파격적이고 낯설어서 관객들이 냉랭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에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가장 많이 공연되는 인기 레파토리,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더불어 고전 발레의 3대 명작이 되었다고 한다.


    발레 <호두까기인형>의 원작은 독일의 낭만파 작가 호프만이 지은 동화 <호두까기인형과 생쥐대왕>이다. 이 원작을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의 수석 안무가였던 마리우스 프티파가 발레 대본으로 제작을 했으며, 프티파의 대본에 차이코프스키가 음악을 입혔다.




                                                                 제2막 왕궁에서의 환영의 춤
                     각 나라의 춤이 모두 끝난 후 드로셀마이어를 중심으로 모두가 모여 관객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곡명은 <Trepak Russian Dance>로 러시아, 사진 맨 왼쪽 커플의 춤곡이다.



    벨라루스는 체조, 리듬체조,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등에서 아마 세계 5,6위권 또는 그 이하 정도의 실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벨라루스 국립 발레단의 실력에 대해선 익히 알고 있지 못하나 그래도 구 러시아 풍에 속한 전통과 역사가 있어선지 초보자의 눈에 흠 잡힐 만한 장면은 없었다. 다만 4인방인 마샤(여자배우), 드로셀마이어(남자배우), 호두까기 인형(여자), 호두까기 왕자(남자) 중에서 호두까기 인형 역의 배우가 자세가 좀 흔들리는 게 실력이 그 중 딸리는 듯했다.(발레 초보가 알면 얼마나 알기야 하겠냐만)


    아기자기하고 코믹하고 귀엽고 발랄하고 때론 기괴한 춤과 하나하나의 동작들도 인상깊었다. 인체가 만들어내는 조형미! 인간의 몸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흥겨운 음악과 빠른 춤도 기분을 들뜨게 하고 몸까지 가볍게 들썩이게 하였고 박력있고 웅장한 군무도 화려하였지만 내가 이 발레에서 가장 감동받은 하이라이트는 1막이 끝나갈 즈음 호두까기 인형이 왕자님으로 변신해 공주님이 된 마샤와 추었던 조용한 음악에 결코 빠르지 않은 2인무였다.




                                    제1막 마샤 공주와 호두까기 왕자의 2인무. 내게 가장 감동적이었던 장면.



    자이브가 깡충깡충 흥겹고 룸바가 보일 듯 말 듯 고혹하다면 왈츠는 동작 하나하나, 박자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완벽함을 추구하는 아름다움이듯이 순간순간이 빚어내는 아름다움과 우아함의 극치! 남성미와 여성미의 완벽한 조화! 온전한 1과 온전한 1이 만나 새롭고 완전한 또 하나의 1로 탄생하는 승화와 통일!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났다. 예술이란, 아름다움이란 얼마나 위대한가! 진(眞), 선(善), 미(美) 이 셋 중에 으뜸은 혹시 미가 아닐까. 기회가 되면 A석이 아니라 S석, 코앞에서 숨소리를 듣고 표정까지 볼 수 있는 R석에서 한 번 보고 싶다. 기회가 되면 더 정통적이고 정적인 <백조의 호수>도 꼭 한 번 보고 싶다.


    음악은 네 곡 정도가 귀에 익었다. 한 곡은 잘 모르겠고 <March>, <Trepak Russian Dance>, <꽃의 왈츠>가 귀에 들어왔다. 아내 덕분에 눈과 귀와 영혼이 호강했다. 중간 휴식시간에 나와 보니 밖에는 눈발까지 날리고, 올 크리스마스는 기억에 남을 듯! 이러다가 발레에 중독되면 어쩌지. 보고 싶은 마음 뿐 아니라 흉물스럽더라도 당장 타이즈(!)를 사서 배우고 싶은 마음까지 드니. 쩝. 그럼 당신이 책임 져.



                                               [대전문화예술의전당] - 꿈의 무대. 언젠간 서고 말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