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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마라톤

제14회 청원생명쌀대청호마라톤대회 - 네 번째 마라톤 풀코스 완주 후기 (2016/09/25)

어멍 2016. 9. 28. 00:18

 

    제14회 청원생명쌀대청호마라톤대회 - 네 번째 마라톤 풀코스 완주 후기 (2016/09/25)

 

 

    - 대회 참가 전

 

 

    네 번째 풀코스 출전, 올해 참가하는 두 번째 대회다. 올여름 너무 더운 핑계로 연습량 특히 장거리 연습량이 부족하여 풀코스가 좀 부담되지만 오랜만에 출전이라 이번에도 풀이다. 교회 주일과 마라톤 경기가 열리는 일요일이 겹쳐 기회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당분간은 1년에 적게는 두 번 많게는 네 번 정도만 풀코스에 참가하려 한다. (어렵게 얻은 소중한 기회이니 힘들더라도 풀코스로 뽕을 뽑는 거다!! ^.^)

 

    목표는 저번 풀 기록이자 개인최고기록인 3시간 4014초보다 일찍 들어오는 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340(평균페이스 5‘12“/km)만 달성하면 된다! 좀 여유 있게 평균페이스 5’10”/km를 유지하며 일단 하는 데까지 레이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D-15/ 910일 토요일 / 마지막 장거리주(LSD)26.9k를 뛰는 것으로 훈련량을 점차적으로 줄이는 테이퍼링(Tapering) 시작

    D-14/ 911일 일요일 / 휴식

    D-13/ 912일 월요일 / 러닝 8k

    D-12/ 913일 화요일 / 주주클럽 카이스트 정기달리기 모임 포함하여 러닝 15k

    D-11,10/ 914,15일 수,목요일 / 휴식

    D-9/ 916일 금요일 / 피킹(Peaking) 트레이닝으로 전력질주 10.5k

    D-8/ 917일 토요일 / 하루 2250ml씩 워터로딩 시작, 러닝 8.6k

    D-7/ 918일 일요일 / 휴식

    D-6/ 919일 월요일 / 러닝 8k

    D-5/ 920일 화요일 / 자전거 16k & 주주클럽 카이스트 정기달리기 모임 러닝 10.9k

    D-4/ 921일 수요일 / 러닝 16.2k

    D-3/ 922일 목요일 / 마지막으로 러닝 8k로 모든 연습 종료

    D-2,1/ 923,24일 금,토요일 / 휴식. 컨디션 조절하면서 스트레칭만 실시.

 

 

918일부터 24일까지 물 섭취량

 

 

 

    - 대회 참가

 

 

 

 

    925일 일요일 D-Day!

 

    새벽 435분에 일어나 간단히 요기를 한 후 540분까지 둔산 대공원으로 도보로 이동, 대기하고 있던 전세버스를 타고 출발. 가까운 거리라 한 시간도 안 되어 도착.

 

    대회장인 청주시 상당구에 있는 문의체육공원에 도착하니 이른 시간인지 주위가 아직 한산하다. 일기예보는 아침엔 선선하지만 일교차가 커 한낮엔 9월 말 치고는 꽤나 더운 날씨라 하는데 그나마 구름이 낀다하여 다행이다.

 

 

 

출발 전 주주클럽 회원들과 함께 한 컷.

 

 

    840분 드디어 출발! 몇 번을 경험했는데도 출발은 언제나 낯설다. 설레고 긴장되면서도 흥분되는 이 느낌과 분위기가 좋다. 좁은 주로의 러너들을 피해가며 함께 뛰기로 약속한 피오나님을 찾는데 인파에 휩쓸려 보이지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경황이 없이 마음만 더욱 분주하다.

 

    초반 5k를 달려보니 코스가 크고 작은 언덕이 많은 가운데 대체로 내리막이다. 운 좋게 340 페메가 있어 뒤따라가는데 알고 보니 주주클럽 고래산 허정환- ‘기마킨안 안중수님과 함께 이번에 우리 주주클럽에서 두 분이 풀코스완주 100회 기념이시라고 한다. - 이시다.

 

    페메인 허정환님이 후반 오르막 언덕을 생각해 340 안에 들어가려면 하프까지는 좀 빨리 달려야한다고, 달릴 계획이라고 뒤따르는 무리들에게 공지하신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 좀 오버페이스의 느낌도 있지만 초반 5‘06“/km의 페이스로 달린다.

 

    13km에 위치한 첫 반환점인 청남대를 앞두고 울창한 가로수 길로 들어섰다. 짙은 녹음 아래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상쾌하게 지친 다리와 달궈진 가슴을 식혀준다. 대청호를 끼고 대통령별장인 청남대까지 이어진 이 서늘하고 아름다운 가로수 길을 달리다보니 이대로라면 50k100k고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러너들을 유혹하는 청남대 가로수길

 

 

    청남대에서 멀어져 하프지점을 향해 달리지만 그 숲길이 전해준 소생의 힘 때문인지 아직 전체페이스는 여전히 5‘06“/km이다. 하지만 코스는 여전히 들쭉날쭉, 크고 작은 오르막 내리막의 연속이다.

 

    많지 않은 대회참가를 돌아보면 큰 물, 즉 큰 호수나 큰 저수지를 끼고 도는 코스가 대체로 이렇게 고저도가 심한 듯하다. 하긴 지형의 고저도가 있어서 물이 담긴 것일 테니까.

 

 

    30k를 지나면서 속도가 점점 떨어지는 느낌이고 35k를 지나면서는 더욱 확연하다. 전체페이스도 km5‘06“에서 5’07” 5‘08“... 그래도 초반 벌어놓은 것이 있어서 아직 340페이스인 5’12”까지는 아직 넉넉한 것 같은데 마지막 7k를 생각하면 목표달성을 장담할 순 없다.

 

    38k 넘은 지점. 힘들지만 그래도 걷지 않고 뛰고 있다. 속도도 많이 떨어져 구간페이스는 5‘33“까지 떨어졌지만 전체페이스는 340에 아직 여유가 있다. 쫌만 더 힘을 내면 가능할듯하다.

 

 

 

32k~42K 구간별 페이스 분포표

 

 

    39k를 넘어 3k를 남긴 마지막 고비! 어느새 앞서 추월했던 340 페메인 허정환님이 뒤에서 다가오더니 이대로 나란히 동반주로 골인하자며 독려하신다. 두-두-둥! 내가 방금 황공스럽게도 풀코스 100회의 고수분께 마지막 피니쉬의 파트너로 선택받은 것인가?! 아놔!!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싶을 정도로 간신히 발걸음을 떼고 있는데...... 다시 가속이다! (지는요~ 340만 하면은 되는데~ 어떻해~~ .)

 

    골인지점이 다가오는데 저 멀리서 주주클럽 너른숲님이 사진을 찍어주시는 것 같다. 힘찬 포즈, 멋진 표정을 지어야 하는데 신경 쓸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 힘든 것도 힘든 거지만 인생지사 폼생폼사 아닌가! 갑자기 길가에 보이는 코스모스를 꺾어 꽃점을 쳐보고 싶다. 결승선을 앞두고 느닷없이 쭈그려 앉아 꽃잎을 떼어보고 싶다. ‘나는 허정환님이 밉다? 고맙다? 밉다? 고맙다? 밉다? ......

 

 

 

(표정관리를 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 ) 정신이 황홀하다!

 

 

    어쨌든... 결과는... 덕분에 최종기록 3시간 3757(평균페이스 5‘09“/km). 이것이 동반주의 힘인가! ^.^ - 꽃점 결과가 나왔다. 허정환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알라뷰!!! ♥♥

 

    석세스! 목표달성이다!

 

 

 

    - 평가 및 마무리

 

 

    대회는 ‘A-’ : 음성, 영동, 서산만큼이나 고저도가 심한 코스였지만 대청호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숲과 시골길이 아기자기 지루하지 않았다. 거리표시도 정확하고 주로의 급수대의 준비나 교통통제 역시 좋았는데 특히 물, 이온음료, 바나나, 초코파이, 파워젤, 스펀지 등 매 2.5k마다 빠짐없이 공급된 급수대의 다양한 지원은 내가 경험한 대회 중에서 가장 충실했다.

 

    지역의 남녀노소, 민관이 잘 협조하여 알차게 준비한 대회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저번 서산대회가 워낙 시끌벅적하여 다소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이었다. (순전히 상대적인 인상이다.)

 

    특별히 부족한 점은 없었고 굳이 꼽으라면 늦더위가 올 수도 있으니 다음부터는 좀 일찍 8시를 출발시간으로 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어멍‘A-’ : 기존 기록을 갱신했으니 100점 달성! 만족이다. 대회준비도 레이스 운영도 특별히 불만스런 점은 없다. 굳이 아쉬운 점 두 가지만 꼽자면 오르막보다 내리막에서 다른 러너에 비해 쳐진다는 것. 충격을 흡수, 완화할 수 있게 발목 힘과 허벅지의 힘을 더 길러야 할듯하다. 또 하나는 여전히 레이스 전반보다 후반에 약하다는 것, 차이가 많다는 것인데 요건 딱히 꾸준한 연습 말고 뾰족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마지막 3k 허정환님의 동반주로 내 실력 이상의 결과가 나온 감이 있다. 이렇게 힘든 마지막 고비를 누군가 도와준다면 다음번에도 분명 큰 힘이 될 것 같은데 매번 이런 귀인을 만나기를 장담할 수 없다. 경품 당첨에 버금가는 행운이다. ^.^

 

 

    올해 있은 두 번째 대회를 마쳤다. 기회가 된다면 올해가 가기 전 11월이나 12월쯤 한 번 더 풀코스를 뛸 생각이다. 잠시 몸을 추스르고 다음 대회를 준비하자. 또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 대전에 돌아와 아내와 나눈 대화 -

    아내 : 서방님 뛰시다가 포기하고픈 생각이 들 때가 있으시온지요?

    나 : 있지요.

    아내 : 몇 번이나 있으시옵니까?

    나 : 글쎄요. 적어도 네 번, 다섯 번은 되지요.

    아내 : .............. (.아마도 존경심에서 우러나온 감동과 사랑에서 우러나온 안쓰러움에 속으로 울고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말고!)

 

 

 

완주 후 기뻐하는 서방님!

매번 대회 후 이 같은 인증샷을 찍어서 보내주니 마라톤이 마냥 즐겁고 해피하다고 여기는 모양?!

- Performance from Usain Bol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