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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신앙생활

열일곱 번째 주일 대표 기도문 (161113) -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가적 위기에 즈음하여

어멍 2016. 11. 13. 01:10

열일곱 번째 주일대표기도문(161113) -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가적 위기에 즈음하여

 

    만복의 근원이시자 생명이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사랑과 은혜가 가득하신 주님 감사합니다. 지난 한 주 저희들 거칠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살다가 이렇게 주님 앞에 돌아와 모였사오니 저희의 지친 영혼을 안아주시고 위로하여 주시옵소서. 저희가 오직 주님을 믿고 의지하오니 이 예배와 기도를 기쁘게 받아 주시옵소서.

 

    주님. 어제는 뒷집에서 한 생명이 떠나가더니 오늘은 앞집에서 새 생명이 태어났습니다. 지난여름엔 뭇 생명들이 그 화려함을 다투더니 이 겨울 삭풍이 부는 벌판엔 그 흔적조차 찾기 힘듭니다. 이렇듯 인생이 덧없고 허무합니다. 세상만사가 너무도 짧고 허무합니다. 해는 떴다가 지고, 다시 떠오르기 위해 그 떴던 곳으로 급히 돌아갑니다. 바람은 남쪽으로 분다 싶더니, 북쪽으로 향하고, 다시 이리저리 돌아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아침에 아장아장 아기로 집을 나섰다가 저녁에 터벅터벅 노인이 되어 돌아갑니다. 새벽의 영롱한 이슬도 한낮의 뜨거운 태양이 뜨면 하늘로 증발해 버리고 5월의 빛나는 장미도 11월의 찬 서리를 맞으면 땅으로 부서져 내리듯 첫사랑에 설레는 눈부신 젊은이도 아가씨도 모두 새까만 굴뚝 청소부나 마찬가지로 흙이 되어 돌아갑니다.

    부와 권력과 아름다움, 그 어느 것 하나 영원하지 않은 이 헛되고 헛된 세상에서 저희가 오직 주님의 은혜와 축복 안에서 거하고 주님의 뜻과 말씀을 배우고 따르는 것에서 보람을 찾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님이 지으신 이 세상에서 주님이 저마다 주신 소망과 은혜에 감사하며 만족과 기쁨을 느끼고 선을 행할 수 있는 저희들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수고를 아끼지 말고 기쁘게 일하고 해 놓은 일을 기뻐하는 주님의 행복한 일꾼들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님이 주신 떡을 즐겁게 먹고 주님이 주신 포도주를 기쁘게 마시며 주님의 은혜와 사랑을 찬미하는 순박한 저희들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님. 저희가 길을 잃었습니다. 저희가 길가에 버려진 아이처럼 지금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장님보다 보지 못하고 귀머거리보다 듣지 못하고 절름발이보다 걷지 못하여 비바람이 세찬 황량한 들판에서 마음 둘 곳 없이 헤매고 있습니다. 주님을 멀리하고 죄악을 가까이 하였사오니 저희가 욕심에 눈이 어두워 토해놓은 반찬과 피묻은 밥을 게걸스럽게 먹었습니다. 더럽고 악한 영들을 반갑게 맞아 집안에 들였사오니 식탁 위와 침대 밑에 친근하게 숨어있는 죄악이 먼지처럼 저희의 바지에 묻어나고 저희의 머리에 내려앉았습니다. 발가벗은 아담과 하와는 부끄러워 숨었사오나 죄악의 옷을 입은 저희는 자랑스레 대로를 활보하였습니다. 저희는 죄를 짓고도 무엇이 죄인 줄 모르고 죄를 알고도 여전히 욕심과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사옵니다.

    주님. 이 나라를 어찌해야 좋겠습니까! 저희의 죄를 어찌해야 옳겠습니까! 저희의 죄가 너무 커서 주님의 축복도 바랄 수 없고 용서도 구할 수 없사오니 다만 저희를 불쌍히 여겨주시옵소서. 저희의 죄가 너무 무거워 스스로 옮길 수 없사오니 저희를 십자가에 매달고 못을 박으소서. 다만 저희의 연약함과 어리석음을 긍휼히 여겨주시옵소서. 부디 이 땅의 시민들에게 다윗의 믿음과 용기, 솔로몬의 지혜와 명철을 허락하셔서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저희의 손을 잡아주시고 저희의 발길을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주님. 악한 권력도 한 때요 의로운 이도 금세 잊혀집니다. 밀실의 음모도 덧없고 광장의 함성도 잦아듭니다. 무고한 희생도 거짓된 반성도, 승리의 찬가도 패배의 탄식도 주님의 영원하신 시간 앞에선 순간일 뿐입니다. 오직 가치 있는 것은 주님의 말씀과 가르침이요, 오직 남는 것은 주님의 은혜와 사랑임을 저희가 깨닫게 하소서. 왕이 휘두르던 굵고 빛나는 왕홀보다 주님께서 건네주신 작고 연약한 갈대가 더욱 강하고 영원함을 저희가 깨닫게 하소서. 저마다 가슴속에 그 갈대를 품고 주님을 묵상하게 하시고 주어진 시간을 아껴 소중히 쓰게 하소서. 그리하여 저희가 주님의 말씀을 따라 정의를 이루고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였다는 기억을 남기게 하소서.

    주님. 인생이 허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이 주신 삶을 감사히 즐기며 주님의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게 하소서. 주님. 인생이 허무합니다. 그러므로 이것 말고는 달리 저희에게 기쁨과 보람이 없음을 깨닫게 하소서. 저희의 생명과 저희의 시간과 저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주님께서 저희에게 주신 선물이오니 낭비하지 말고 소중히 쓰고 감사히 누리게 하시옵소서.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뜻을 좇는 일 외에 달리 저희의 본분이 없사오니 주님께선 선악간의 모든 행위와 남몰래 한 모든 일들을 낱낱이 보시고 있음을 믿사옵니다.

 

    선으로 악을 이기시고 악으로 선을 드러내시는 주님. 끝없는 사랑으로 만물을 품으시고 틀림없는 섭리로 우주를 운행하시는 주님을 저희가 믿사오며 이 모든 말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감사하며 간절히 기도드렸사옵니다. 아멘.

 

    인생이 덧없고 허무합니다. 세상만사가 너무도 짧고 허무합니다. 인생은 정말 허무하고 허무하다. 세상만사가 너무 허무하다! [전도서 1:2]

    해는 떴다가 지고, 다시 떠오르기 위해 그 떴던 곳으로 급히 돌아갑니다. 해는 떴다가 지고, 다시 떠오르기 위해 그 떴던 곳으로 급히 돌아가는구나. [전도서 1:5]

    바람은 남쪽으로 분다 싶더니, 북쪽으로 향하고, 다시 이리저리 돌아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바람은 남쪽으로 분다 싶더니, 다시 북쪽으로 향하고, 다시 이리저리 돌아 제자리로 돌아간다. [전도서 1:6]

 

    첫사랑에 설레는 눈부신 젊은이도 아가씨도 모두 새까만 굴뚝 청소부나 마찬가지로 흙이 되어 돌아갑니다. 눈부신 젊은이도 아가씨도 모두 새까만 굴뚝 청소부나 마찬가지로 흙이 되는 것이다. - 셰익스피어 <노래> 중에서

 

    기쁘게 일하고 해 놓은 일을 기뻐하는 주님의 행복한 일꾼들. 기쁘게 일하고 해 놓은 일을 기뻐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 괴테


    길가에 버려진 아이처럼 - 상처받은 국민을 위로하여 전인권, 이승환, 이효리가 부른 노래, 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광화문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울려퍼진 노래 <길가에 버려지다. (Noway)>에서.


주님. 길잃은 저희에게 길을 밝혀 주소서. 버려진 저희를 품어 주시옵소서.

 

    저희가 욕심에 눈이 어두워 토해놓은 반찬과 피묻은 밥을 게걸스럽게 먹었습니다. 더럽고 악한 영들을 반갑게 맞아 집안에 들였사오니 - 그 때, 그 더러운 영이 나가서 자기보다 훨씬 더 악한 일곱 영을 데리고 왔다. 그 영들 모두 그 사람에게 들어가 살게 되어, 그 사람의 나중 상태가 훨씬 더 나쁘게 되었다. 이 악한 세대도 이렇게 될 것이다. [마태복음 12:45]

    저희의 죄가 너무 무거워 스스로 옮길 수 없사오니 저희를 십자가에 매달고 못을 박으소서. - 이상 빨간 부분은 표현이 너무 강하고 과격한듯하여 실제 기도 때는 뺄 생각이다. 마음같아선 십자가에 매달고 못을 박고 불에 태우소서로도 부족한 현실이다.

    썩은 내와 악취가 진동해 정신이 혼미하며 어지럽다. 속이 울렁거리고 구토가 올라온다. 썩어 문드러져 벌레들이 들끓는 환부를 들춰보는 것처럼 진저리가 나고 습기 찬 어둡고 깊은 무덤 속에 들어온 듯 오싹하다. 진실로 이 시대가 악하고 이 세대가 악하다.

    지금의 우리는 왕의 일방적인 지배를 받아야만 했던 2000여년전 유대민족이 아니고 500여년전 조선백성이 아니다. 권리가 늘어난 만큼 책임 역시 늘어났다. 국민들은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속인 사람도 잘못이지만 속은 사람도 잘못이다. 모두가 눈이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아등바등 눈앞의 밥그릇을 챙기며 일상속의 비루한 죄악과 친해졌기 때문이다. 이명박으로 상징되는 욕망(탐욕)과 박근혜로 상징되는 어두움(어리석음)의 충직한 포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 모두를 말하기엔 기도문이 너무 어둡고 우울할 것이다. 너무 튀며 주관적이고 강해질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이 내 인내심을 벗어났다. 축복과 은혜만이 넘치는 밝고 따뜻하고 흐믓한 기도, 누구라도 시비걸 수 없는 무난하면서도 평범한 기도를 올릴 수가 없다.

    그래도 개인기도가 아닌 대표기도! 나름대로 고민하여 조심스럽게 기도를 올려본다.


    시간을 아껴 소중히 쓰게 하소서. -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 [에베소서 5:16]

 

 

    요새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으로 세상이 어지러워 정신이 없다. 지금도 비바람이 거세지만 앞으로 더욱 큰 폭풍우가 불어 닥칠 것 같은 불안하고 혼란스런 정국이다이래저래 생각과 걱정이 많은 요즘, 춥고 스산한 계절에 전도서의 주제를 중심으로 작성한 기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