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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신앙생활

열여덟 번째 주일 대표 기도문 (170115) - 박근혜 대통령 탄핵, 특검정국이 한창인 엄동설한에 즈음하여

어멍 2017. 1. 15. 00:35

 


     열여덟 번째 주일 대표 기도문 (170115)

     - 박근혜 대통령 탄핵, 특검정국이 한창인 엄동설한에 즈음하여 -



 


   만복의 근원이시자 생명이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정의로 저희를 일깨워 새롭게 하시고, 사랑으로 저희를 돌이켜 품어주시는 주님 감사합니다. 저희가 오직 주님을 믿고 의지하오니 이 예배와 기도를 기쁘게 받아 주시옵소서.



 

    주님. 지난해가 가고 새해가 밝았습니다. 바다위로 떠오르는 태양에서 주님의 장엄함을 보며, 뜨락에 내려앉은 눈송이 속에서 주님의 오묘함을 봅니다. 주님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고, 주님의 솜씨가 드러나지 않은 곳이 없사오니 같은 듯 다른 듯 어김없이 떠오르는 태양과 따로 똑같이 가지런히 흩날리는 눈송이 속에서 주님의 장구함과 새로움을 봅니다. 저희도 주님을 닮아 영원토록 하시고 날로날로 새롭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님. 새해가 밝았지만 아직 봄은 오지 않았습니다. 바람은 차고 땅은 얼고 생명들은 입새를 떨구고 씨앗 속으로 숨어들었습니다. 한겨울의 나이테는 좁지만 단단하듯이 저희 속을 주님의 것으로 작지만 단단하게 채워주소서. 지금은 참과 거짓, 가짜와 진짜, 알곡과 쭉정이가 가려지는 주님의 엄숙한 시간이오니 저희들의 속을 주님의 진리와 사랑으로 가득 채워 주시옵소서. 채우기 위해선 비워야 하고 비우기 위해선 버려야 하오니 다윗처럼 주님의 것 외에 더러운 것, 거짓된 것, 거추장스런 모든 것을 남김없이 버리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님. 이 시간 저희의 죄와 허물을 자복하오니 저희를 긍휼히 여겨 주시옵소서. 저희는 십자가를 붙잡고 기도하였으나 정작 바라는 것은 황금송아지였습니다. 저희의 입은 주님 주님 부르짖었으나 정작 저희의 발은 바리새인의 뒤를 쫓았습니다. 저희는 아침저녁으로 주님의 말씀을 읊조렸으나 정작 저희의 양식은 헤롯의 누룩이었습니다. 저희는 어느새 참이 불편하고 거짓이 편안해졌사오니 바라옵건데 저희에게 믿음과 용기를 주시어 저희를 주님의 진리 안에서 자유케 하여 주시옵소서. 저희가 모든 진실만을, 오직 진실만을 말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바보같은 진실은 바보같이 말하고, 기쁜 진실은 기쁘게 말하고, 슬픈 진실은 슬프게 말하고, 자랑스런 진실은 자랑스럽게 부끄러운 진실은 부끄럽게 말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님. 저희의 마음이 너무도 바쁘고 가난합니다. 저희는 염치를 잃고 뻔뻔해졌으며 소망을 잃고 현재만을 살고 있습니다. 저희는 굳건함을 잃고 허물어졌으며 품격을 잃고 비루해졌습니다. 저희가 희생, 절제, 겸손함, 친절함 등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오감의 쾌락만을 탐닉하여 저희의 문화와 도덕은 품위없이 퇴락하였습니다. 저희는 더 맛있는 것을 더 많이 원하며, 더 즐거운 것을 더 즉시 원합니다. 막무가내 졸라대는 철없는 아이처럼, 욕심 많은 성급한 아이처럼, 미운 7살로 퇴행한 저희의 마음은 주님의 말씀과 가르침보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에만 향하여 있습니다. 저희의 겉을 가볍고 화려한 세상 것으로 치장하게 하지 마시고 주님의 충실하고 소박한 진리로 저희 속을 가득 채우게 하소서. 그리하여 가려도 가려도 주님의 광채가 나는 눈부신 발광체가 되게 하시고, 숨겨도 숨겨도 주님의 향기가 나는 짙은 향낭이 되게 하시옵소서.



 

    주님. 선으로 악을 이기도록 선을 도우소서. 악인이 거침없이 악의 길을 가듯이 의인도 거침없이 의로운 길을 가게 하시고 그런 의인들에게 저희가 힘을 보태도록 하소서. 악인에게 날벼락을 내리지 마시고 주님이 주관하시는 만인의 법정에 세워 낱낱이 저희의 경계로 삼으시고, 의인에겐 돈벼락을 내리지 마시고 삶의 현장에서 주님의 뜻과 영광이 속속들이 드러나는 친근한 모범으로 삼게 하소서. 저희의 마음속엔 선악이 함께 살고, 오른쪽 왼쪽에는 천사와 악마가 속삭이오니 저희의 귀를 천사에게 기울이게 하시고 저희의 마음을 주님께 향하게 하시옵소서.


    주님.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새것이 오게 될 것을 믿사옵니다. 태풍으로 바다를 깨끗케 하시고 폭풍으로 대기를 맑게 하시듯 주님의 심판은 징벌이 아닌 저희를 새롭게 하시기 위함이오니 저희가 이전 것을 버리고 새롭게 태어나게 하소서. 그리하여 저희를 통하여 주님의 영광과 축복이 이 땅에 더욱 크고 넓고 밝게 드러나게 하시옵소서.



 

    주님. 올 한해 저희 우정교회 성도들 이러한 주님의 자녀와 제자가 되기를 원하옵니다. 저희를 어여삐 여기시어 북돋워 주시옵소서. 혹 넘어지더라도 불쌍히 여기시어 일으켜 주시고 품어 안아 주시옵소서. 성가대와 각 기관들을 축복해 주시옵고 모든 성도들 주님의 은혜 안에서 건강하고 평안한 한 해를 누리도록 보호해 주시옵소서. 주님의 목자이신 △△△ 목사님을 축복하사 항상 피곤치 않고 주님의 은혜와 축복의 통로로 굳건히 세워 주시옵소서.


    이 모든 말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감사하며 기도드렸사옵니다. 아멘.


 


 


어느 것 하나 똑같은 것이 없는 주님의 놀라운 솜씨



 

    채우기 위해선 비워야 하고 비우기 위해선 버려야 하오니 다윗처럼 주님의 것 외에 더러운 것, 거짓된 것, 거추장스런 모든 것을 남김없이 버리게 하여 주시옵소서. 신념(信念)은 지키는 것이고 신앙(信仰)은 버리는 것! 저마다의 생각, 가치관, 신념은 옳고 그름을 떠나 간혹 혹은 자주 신앙과 충돌할 수 있다. 신앙 안에서 신념이 신앙과 갈등하지 않고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실로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일이다.


 

    저희의 입은 주님 주님 부르짖었으나 정작 저희의 발은 바리새인의 뒤를 쫓았습니다. 저희는 아침저녁으로 주님의 말씀을 읊조렸으나 정작 저희의 양식은 헤롯의 누룩이었습니다. 바리새파 사람들의 누룩과 헤롯의 누룩을 조심하여라.” [마가 8:15] 권위적인 종교권력(바리새파), 세속적인 정치권력(헤롯당)을 조심하라는 예수님의 당부. 누룩은 소금과 대비되는 오염되고 부패한 양식. 전염성이 강한 거짓교리와 죄악을 상징한다.


 

    모든 진실만을, 오직 진실만을 말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바보같은 진실은 바보같이 말하고, 기쁜 진실은 기쁘게 말하고, 슬픈 진실은 슬프게 말하고, 자랑스런 진실은 자랑스럽게 부끄러운 진실은 부끄럽게 말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 바보같은 진실은 바보같이 말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진실은 마음에 들지 않게 말하고, 슬픈 진실은 슬프게 말하라. - 뵈브 메리(Beuve-Mery, Hubert) -


 

    저희가 희생, 절제, 겸손함, 친절함 등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오감의 쾌락만을 탐닉하여 저희의 문화와 도덕은 품위없이 퇴락하였습니다. 퇴락(頹落), 데카당스(Decadence).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가 중앙일보에 실은 칼럼에서 따온 구절이다. (무엇이 박근혜를 추락시켰는가) 외국인의 시각이 내국인보다 더 넓다. 유교에 기반한 동양윤리와 사상에 대한 서양인의 이해가 한국인의 그것보다 더 깊다. 때로는 밖에서, 멀리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선으로 악을 이기도록 선을 도우소서.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십시오. [로마서 12:21]


 

    마음속엔 선악이 함께 살고 오직 하나님의 성령으로만 가득 찬 것은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뿐! 악마를 외면하고 천사를 따르는 것이 주님이 가르쳐주신 바른 길을 가는 요체!


 


에셔(Escher)의 목판화 <원의 극한(천국과 지옥)> 1960

천사와 악마가 함께 살며, 천국이기도 지옥이기도 한 우리 마음속 모습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새것이 오게 될 것을 믿사옵니다.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 [고린도후서 5:17]


 

 

    ※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후 연말연초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국회에서의 탄핵표결에 이은 국정조사는 끝나고 박근혜 대통령을 최종목적지로 한 특검수사, 최순실을 위시한 혐의자들의 형사재판, 박대통령의 헌재탄핵심판이 동시다발적으로 한창 진행 중이고 촛불 역시 여전히 활활 타오르고 있다.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죄악에 몸서리가 쳐지고, 끊임없이 넘쳐흐르는 거짓말에 진저리가 나며 지쳐간다. 끝끝내 반성치 않고 어떻게든 빠져나가려는 그 간교함과 뻔뻔함에 기가 질린다.


    죄지은 놈보다 나쁜 놈은 핑계대는 놈, 핑계대는 놈보다 더 나쁜 놈은 뉘우치지 않고 오히려 뻔뻔히 대드는 놈이다. 어쩌면 기왕의 죄보다 반성할 줄 모르고, 회개할 줄 모르는 이러한 도발적인 비열함이야말로 인간이 갖고 있는 악마성의 진면목일 수 있다.


    정국도 계절도 차고 스산한 엄동설한! 이 모든 것이 우리 모두가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고통의 시간, 성찰의 시간이 되기를 바래보며 조심스럽게 기도문을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