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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마라톤

2018 남원춘향전국마라톤대회 - 일곱 번째 풀코스 도전 & 여섯 번째 완주 후기 (2018/11/25)

어멍 2018. 11. 29. 00:05

 

    2018 남원춘향전국마라톤대회 - 일곱 번째 풀코스 도전 & 여섯 번째 완주 후기 (2018/11/25)

 

 

 

 

    - 대회 참가 전

 

 

 

    일곱 번째 풀코스 출전, 작년 924일 청원대청호마라톤대회 이후 올해 참가하는 첫 번째 대회다. 부상 반 게으름 반 1년이 훌쩍 넘어버렸다. 부상 입은 왼쪽 발목과 다리는 예전보다 많이 좋아져서 이제는 10k 이상을 달려도 통증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완전하진 않은 상태로 오른쪽보다 힘이 딸리는 듯하다. 러닝 때 자세히 들어보면 아직은 왼쪽, 오른쪽 착지음이 미세하게 다르다.

 

    그래서 목표를 욕심내지 않고 낮게 잡기로 한다. 그래도 너무 단순하면 재미없으니까 옵션을 주자. - 1. 완주실패 0/ 2. 완주성공 50/ 3. 400 페이스메이커(평균페이스 km5‘40“)와 동시골인 80/ 4. 400 페메를 추월해 서브4 달성 85/ 5. 서브4에다 40~41k 또는 41~42k에서 구간속도 최고기록 달성 95이 중 380점 이상이면 합격으로 한다.

 

    그래서 구체적인 레이스 운영전략은 30k까지는 무조건 400 페메와 동반주(컨디션이 좋아 몸이 근질거려도 추월 금지!) - 30k 이후 여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페메 추월 40~42k 여력이 허락한다면, 코스가 허락한다면 마지막 힘을 짜내 구간 최고기록 도전이다.

 

    가깝게는 1216일 이곳 대전 갑천에서 열리는 올 마지막 대회를 준비하고 멀리는 내년 이후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부상을 조심하며 절대 무리하지 않도록 하자.

 

 

   

    D-15/ 1110일 토요일 / 마지막 장거리주(LSD)31.53k(2:52:13 평균속도 5‘28“/km)를 뛰는 것으로 훈련량을 점차적으로 줄이는 테이퍼링(Tapering) 시작

    D-14/ 1111일 일요일 / 휴식

    D-13/ 1112일 월요일 / 오후 자전거 8k

    D-12/ 1113일 화요일 / 오전 자전거 8k, 오후 러닝 8k

    D-11/ 1114일 수요일 / 오전 러닝 8k, 오후 자전거 8k

    D-10/ 1115일 목요일 / 오전 자전거 8k, 오후 러닝 8k

    D-9/ 1116일 금요일 / 오후 자전거 8k

    D-8/ 1117일 토요일 / 오전 자전거 8k, 오후 피킹(Peaking) 트레이닝으로 전력질주 10k(45:25 평균속도 4‘33“/km) 후 가볍게 조깅 2.85k

    D-7/ 1118일 일요일 / 휴식

    D-6/ 1119일 월요일 / 오전 러닝 8k, 오후 자전거 8k

    D-5/ 1120일 화요일 / 자전거 오전 8k 오후 8k 16k

    D-4/ 1121일 수요일 / 휴식

    D-3/ 1122일 목요일 / 마지막으로 오전 러닝 8k로 모든 연습 종료

    D-2,1/ 1123,24일 금,토요일 / 휴식. 컨디션 조절하면서 스트레칭만 실시

 

 

 

 

 

    - 대회 참가

 

 

 

따로 대회 홈피가 있지 않고 전마협 홈피에 코너가 개설되어 있다.

 

 

 

    1125일 일요일 D-Day!

 

    새벽 440분에 일어나 간단히 요기를 한 후 540분까지 대전시청역 5번 출구로 도보로 이동 후 전세버스를 타고 출발. 출발할 땐 날이 밝지 않아 잘 몰랐는데 차창 밖으로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니 안개가 많이 낀 풍경이다. 벌곡휴게소에서 아침식사 후 다시 출발.

 

    대회장인 남원시 사랑의 광장 앞 고수부지에 당도하니 안개가 더욱 자욱하다. 대회를 포함해 이제까지의 러닝 중 가장 안개가 짙은 날이다. 일기예보는 낮에 12도까지 오른다고 하지만 아직 이른 아침이라 기온은 3,4도 정도인 듯 한기가 돈다. 복장이 고민이지만 낮 기온을 생각하면 더운 것보단 약간 서늘한 것이 좋아 가볍게 입기로 한다. 상의는 반팔 위에 주주싱글유니폼을 입고 팔토시에 예식용 흰 면장갑을 끼고 하의는 원래대로 팬츠차림이다.

 

    예전 대회처럼 아이폰에 나이키러닝앱을 켜고 음악을 들으며 달리기로 한다. 하지만 이번엔 오버페이스 방지를 위해 빠르고 신나는 곡만 있어 러닝 때만 듣는 [러닝] 플레이리스트가 아니라 모든 곡이 종합해 들어있는 [종합] 플레이리스트를 랜덤으로 플레이해서 듣기로 한다.

 

 

 

 

내 아이폰에 들어있는 두 개의 음악 플레이리스트

 

 

 

    복불복이므로 운이 도와줘야 한다. <짐노페디><고엽> 같이 너무 늘어지는 곡이 나오면 곤란하다. <한오백년>이 나오면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말고 한오시간 러닝이다. 국악의 성지에서 유유자적 풍월을 읊으며 팔토시라도 벗어 흔들며 춘향골 남원을 한바퀴 도는 거다.

 

 

 

 

~~ 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

(보이지는 않지만) 마라톤을 뛰며 살풀이춤을 추고 있는 남원골 국악 마라토너

 

 

 

    그렇다고 나도 모르게 오버페이스를 유도하는 휘몰아치듯 빠른 템포의 곡도 곤란하다. 평지에선 차분한 곡, 좀 오르막의 힘든 주로에선 ABBA<Dancing Queen>이나 Queen<Don’t Stop Me Now> 정도의 곡, 아니면 최근에 다운받은 마미손의 <소년점프>가 나와도 괜찮다.

 

 

 

 

11월 찬바람에 반팔팬츠로 허허벌판을 달리는 내 기분을 니들이 알아 /

내가 여기서 쓰러질 것 같냐 XX들아 / 이 레이스에서 주인공은 절대 죽지 않아 /

넘어져도 쓰리고 인생은 길고 내 레이스도 길어 / 모험은 시작됐어 어멍 가자 렛츠고 /

어멍점프 어멍점프 와다다다다다다! 한국마라톤 망해라!

 

 

 

    어쨌든 무슨 곡이 나올까 기대와 호기심을 뒤로 하고 출발선에 섰다. 아이폰을 켜고 후미에서 여유롭게 출발! 3k까지는 평지 혹은 평지와 진배없는 약간의 오르막으로 전혀 힘이 들지 않는다. 되돌아올 때 40~42k 구간 막바지 스퍼트로 구간 최고기록을 시도할 만하겠단 생각이 든다.

 

    3k 이후 오르막 시작. 짙은 안개로 가시거리가 채 100미터도 되지 않는데 가도 가도 오르막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4k 까지 거의 1k 가까이 이어진 오르막이었지만 이것은 나중에 알고 보니 맛뵈기에 불과했다!

 

 

 

    간신히 고개를 넘어 내리막을 달려 5k 지점. 그런데 아까부터 아무리 찾아도 400 페메가 보이지 않는다. 이미 4k 이전에 440 페메에 이어 420 페메를 확인하고 제친 상황. 거리로 봐도 그렇고 페이스(평균페이스 5‘19“)를 봐도 그렇고 이미 오래전에 400 페메를 추월했어야 마땅하다. 짙은 안개 때문에 내가 미처 발견 못하고 지나친 것인가??? 병적인 호기심과 원래 계획대로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400 페메를 찾아서 왔던 길을 되돌아갈까 이대로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기다려볼까 잠깐이지만 심각하게 고민한다.

 

    하지만 씨잘대기 없는 고민! 마라톤에서 빠꾸는 없다. 계속해서 달려 7k 이후부터 이어지는 두 번째 오르막길. 안개는 서서히 걷혀 가시거리가 이미 200여 미터를 훌쩍 넘어섰는데 완만한 오르막은 여전히 그 끝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점점 더 가파르게 치고 올라가고 있다. 뛰어도 뛰어도 점점 높이 점점 가물가물 안개 속으로 사라지며 멀어져가는 주로가 지옥 저편에 살고 있는 괴수의 아가리에서 뻗어 나온 긴 혀같이 으스스하면서도 주자를 주눅 들게 한다. 11k까지 무려 3k가 넘게 계속 상승하는 오르막이다.

 

 

 

 

오르막에 다가갈수록 점점 느려지는 초반 10k 구간 페이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내리막 역시 길고 가팔라서 무턱대고 욕심내 가속을 붙이면 위험하다. 발목부터 허벅지까지 충격을 버텨내며 속도를 제어해야만 한다.

 

    두 번째 고개를 지나 17k까지 조금은 여유로운 상황. 이제 큰 고비는 넘었다고 안도하는 순간 다시금 나타난 세 번째 고개를 마주한다. 두 번째 고개보단 작고 첫 번째보단 크다. 고개를 넘은 후 21k 반환점까지는 경사도가 그리 크지 않은 평지에 가까운 길이다.

 

 

 

    전반 하프기록은 1시간 53, 평균속도는 km5‘21“. 이제 왔던 길을 고대로 되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벌써 반이나 왔다는 안도감과 아직 반이나 남았다는 걱정이 반반이다. 400 페이스보다는 빠르지만 고갈되어가는 체력과 넘어야 할 고개들을 생각하면 최종결과를 장담할 순 없다. 최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평지에서는 좀 더 파이팅해서 속도를 내야하고 오르막에선 절대 걷지 말고 느리더라도 뛰어야만 한다.

 

    아니나 다를까 되돌아가는 코스에선 오르막마다 걷는 이가 속출한다. 전체적으로 고개가 많은 코스는 아닌데 덩치가 큰 세 개의 고개가 문제다. 그 중 11k 지점과 18k 지점쯤을 꼭지로 하는 두 개의 큰 고개는 마치 봉긋 솟은 두 개의 거대한 유방(C컵을 넘어 거의 D, E컵 수준)을 연상케 한다. 뭇 러너들의 정복을 쉬이 허락지 않고 갈 때 열에 한둘, 올 때 열에 예닐곱 러닝을 멈추고 걷게 만든다.

 

    페이스는 점점 느려지지만 다짐한대로 걷지 않고 첫 번째 큰 유방을 넘는다. 이제 최대고비인 가장 큰 유방의 오르막을 앞두고 있다. 걷지 않고 뛰고는 있지만 경사가 급해질수록 보속과 보폭이 급격하게 느려지고 좁아진다. 과부하가 걸렸는지 순간 오른쪽 장딴지로 쥐가 살짝 올라오려 하는 느낌! 잠깐 멈출까 고민했지만 페이스를 확 낮추니 다행히 가라앉는다.

 

    결정적 순간이다. 여기서 무너지면 실패다. 작년 의병마라톤에서의 지옥의 레이스를 상기하며 스스로 설득도 하고 응원도 한다. -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할 수 있다. 아자! 아자! 파이팅!’

 

 

 

    한참 힘겹게 오르고 있는 30k 지점. 원래 계획대로라면 여기까지 400 페메와 동반주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서도 400 페메는 보이질 않는다. 안개는 반환점 이전에 이미 걷혀서 내가 보지 못할 리는 없다. - 이후 들은 얘기로는 처음 출발부터 400 페메는 아예 없었다고... 아마도 대회 임박해서 펑크를 낸 듯하다.





아놔! 그렇게 찾아 헤맸건만... ㅠ.ㅠ

개밥 털린 개처럼 허탈한 이 느낌!

 



    30k 지점에서 러닝앱이 들려주는 기록은 2시간 43, 평균속도 km5‘27“. 오르막이 아직 남았지만 이대로라면 Sub4에는 넉넉히 여유가 있다. ((어쨌든) OK 계획대로 되고 있어 ) 이제 가장 거대한 유방을 넘고 마지막 남은 작은 유방까지 넘었다. 남은 거리는 3k 남짓. 40k 이정표를 통과하며 마지막 옵션 성공을 위해 있는 힘을 짜내 가속을 시도한다. 과연 구간 최고속도를 달성할 수 있을까?

 

    한 명, 두 명, 속도를 높여 네다섯 명을 추월한다. 멀리 결승선이 보이고 이제 내 앞엔 아무도 없다. 이대로 골인! 만족하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마무리만 남았다. 그런데 완벽에 흠집을 내는 예기치 않은 작은 돌발 상황이 발생!

 

 

 

    100여 미터를 남겨두고 내 발도 점점 빨라지고 결승선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 하는 탄성과 응원소리도 점점 커진다. (후훗 ^.^ 어멍 아직 죽지 않았지! 이렇게 힘차게 피니쉬를 하는 러너가 흔치 않을 걸!) 결승선을 10여 미터 남겨두고 고조된 응원과 준비된 카메라들에 호응해 멋진 표정과 포즈를 취하며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내내 보이지도 않던 빨간 머리띠를 한 러너가 휙- 하며 치고나가는 것이 아닌가.

 

    각별한 응원과 탄성도 알고 보니 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 나보다 빠른 속도로 무섭게 육박해오는 빨간 머리띠를 향한 것이었다. 뻘쭘함도 잠시, 부끄러움보단 당혹감이 더 크다. 결국 네다섯 명을 추월한 후 마지막 몇 미터를 남겨두고 한 명에게 추월당한 것이다.

 

 

 

    주최측이나 빨간 머리띠에게 정식으로 항의할 순 없지만 이것도 일종의 반칙이라면 반칙이다. 결승선 전후 10여 미터는 일종의 포토존으로 너무 분비여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잠시 긴장을 늦추고 멋진 포즈와 퍼포먼스로 추억을 남기는 마라토너들의 성소가 아닌가! 이것이 분초를 다투는 치열하고 고단한 러너들의 유일하고도 소박한 사치이자 소확행이다.

 

    그런데 카메라도 의식하지 않고 냅다 100미터 속도로 순식간에 나를 제끼다니... .이 시추에이션이 주는 상심과 충격은 어젯밤까지 주고받는 눈길에 꿀물이 좔좔 흐르며 알콩달콩 오랜 세월 다정했던 연인이 다음날 아침 갑자기 무표정한 얼굴로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한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휑하니 떠나버린 것과 같다. 적어도 이별을 앞둔 마음의 준비는 줘야 할 것 아닌가! 이별을 돌이킬 마지막 기회는 주어져야 할 것이 아닌가! (나는 추월당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단 말이다. .나에겐 다시 추월할 마지막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단 말이다. .)

 

 

 

 

나한테 왜 그랬어요?”                             “꼭 그래야만 속이 후련했냐?”

 

 

 

    생각 같아선 빨간 머리띠의 팬츠라도 붙잡고 싶었지만 이런 과격하고 비신사적인 반칙은 어멍이 용납할 수 없다. 여유를 내던지고 급 태세전환, 두 손이라도 빌려 네 발로 개처럼 빨리 뛰어 따라잡던지 게처럼 옆으로 뛰며 조근조근 '죄송한데요... 음~ 이건 정말 아니지 않나요!' 설득을 하던지 해야 할 텐데... 하지만 개처럼 뛰던 게처럼 뛰던 이미 늦었다. 나는 이미 방심하여 허를 찔렸고 남은 거리는 가속도를 붙이기엔 너무 짧다.

 

 

 

 

성난 황소도 1초만에 정신이 아득해지고 다리에 힘이 쫙 풀리며 주저앉게 만드는 반칙 아닌 반칙

게처럼 옆으로 뛸 수만 있다면, 최후의 설득이 통하지 않는다면, 이 방법이라도 써볼 텐데

 

 

 

 

방심한 채 화사한 미소를 날리고 있는 어멍을 향해 무섭게 질주해오고 있는 문제의 빨간 머리띠

흐릿하여 안간힘을 쓰는 건지 ()웃고 있는 건지 표정이 헷갈린다.

 

 

 

 

결승선을 앞두고 가속주에 성공하지만 최후에 추월을 허용한 마지막 10k 구간 페이스

 

 

 

    하여튼 빨간 머리띠 때문에 막판 어멍의 자존심에 큰 상처가 났다. 하지만 고맙게도 빨간 머리띠 덕분에 또 한 번 색다른 경험, 새로운 기분을 맛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베르테르에 버금가는 만인의 동정을 받을 만한 비련의 주인공이 되보기도 하고 개가 됐다가 게가 됐다가 환상체험을 해보기도 했으니 - 간절함이 지극하면 잠깐이라도 빙의가 가능하다. - 혹 이 글을 보신다면 감사인사라도 건네고 싶다. ^.^

 

 

 

 

(어쨌든) We are the champions. My Friend.

어멍이 부르는 마라토너 랩소디

- Performance from 영화 <Bohemian Rhapsody> -

 

 

 

    최종결과는 3시간 5653(평균페이스 5‘37“/km). 전반은 1시간 53(5‘21“/km) 후반은 2시간 4(5’51”/km)으로 11분의 격차가 있다. 최고페이스는 12~13k 구간(가장 큰 유방의 내리막길) 4‘47“고 최저페이스는 37~38k 구간(돌아올 때 마지막 작은 유방의 오르막길) 6’49”.

 

 

 

 

    - 평가 및 마무리

 

 

 

    대회는 ‘C-’ : 전체적으로 많이 부족하고 아쉬운 대회였다. 듣기로는 작년과 다르게 출발지도 변경(체육공원 운동장에서 고수부지로), 코스도 변경됐는데 모두 부정적인 반응들이다. 비교적 무난했던 코스가 한참 어려워졌다고 한다.

 

    운영에서도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우선 운영요원이 너무 적다. 경찰이나 마라톤조직관계자가 다인 것 같다. 따라서 교통통제도 원활하지 않고 구멍이 많았다. 그렇다고 지역사회가 잘 협조, 응원하는 분위기도 아닌 것 같고... 여느 대회 때마다 거리에서 흔히 보았던 풍물패 등 응원하는 주민이나 소년소녀 학생들이 거의 없었고(! 갑자기 서산대회 때의 에너지 넘치던 야생녀 - 나를 향해 잡아먹을 듯 달려들던, 포효하는 사자처럼 괴성과 함께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미친듯이 헤드뱅잉을 하던 그 여학생이 그리워진다.) 가끔 출몰하는 자동차, 화물차들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위협적이었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지역사회가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 먹고 살기도 바쁜데 복잡하고 번거롭게 뭔 놈의 마라톤대회여 불편해 하는 분위기였다. 짙은 안개에 잠긴 적막하고 한산한 시골길을 달리며 받은 강한 인상 때문인가? 경적을 울리며 빠르게 질주하는 화물차에 놀랐기 때문인가? 적어도 민관이 하나 되어 화기애애하게 치루는 지역축제의 잔치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밖에 자질구레하게 급수대에 이온음료가 없었다는 점, 페메 시간이 촘촘하지 않고 그나마 약속된 페메마저 펑크가 난 점 등도 아쉬웠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지방소도시의 소규모 마라톤 대회로선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 메이저 대회에 참가한 경험이 없는 지라 정확히 알 순 없어도 대회규모, 참가인원, 운영역량 등에서 차이가 크리라는 것은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남원대회가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 체육축제의 장으로 지역사회에 자리매김하고 뿌리내리려면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어멍은 ‘A-’ : 처음 목표한 옵션 중 서브4를 달성했으니 85! 일단은 합격이다. 최종 옵션인 40~41k 또는 41~42k에서 구간속도 최고기록 달성은 실패하였지만 41~42k 기록이 후반부 최고기록이니 가산점 6점을 주어 91점으로 결정한다. !!! (예정에도 없던 편법을 써 ‘B+’에서 ‘A-’로 턱걸이 한 계단 올리는 거다. .)

 

 

 

 

 

    계속 실패를 맛보며 하향세이다가 다시 상승하는 반등의 계기가 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거나 욕심을 부리기엔 이르다. 크게 무리한 것이 아닌데도 뛰고 난 이후 몸이 정상이 아니고 회복도 빨리 되지 않는 느낌이다.

 

    양쪽 종아리의 지발성 근육통(알배김)50:50으로 균등한데 허벅지의 근육통은 오른쪽이 훨씬 심하고 엄지발가락과 발을 잇는 발등 부위의 근육통-장무지신근(Extensor hallucis longus) 말단의 근육통-엄밀히 얘기해서 근육(Muscle)이 아닌 힘줄(Tendon) 부위의 통증은 왼쪽에서만 느껴진다. 아마도 (상대적으로) 오른쪽은 허벅지로 다리 전체를 들어 뛰고 왼쪽은 발 특히 엄지발가락으로 지면을 차며 뛰었기 때문에 생긴 몸의 불균형한 후유증이라 생각된다. 기록향상을 위해선 반드시 극복,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이점에 유의하여 몸을 주의 깊게 돌보면서 다음 대회를 준비하자.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아자! 아자! 어멍 파이팅! 주주 파이팅이다!

 

 

 

 

전우애를 나누듯 주로에서의 애환과 세상만사를 나누는 유쾌한 뒷풀이

선수에서 자봉까지, 베테랑에서 신예까지, 주주클럽은 언제나 한결같은 ‘A+’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