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읽기 0012 : 신명기 9장~19장

신명기의 저자는 모세 / 주요인물은 모세, 여호수아 / 핵심어는 ‘기억하라’, ‘언약’, ‘순종’

주요내용은 하나님의 언약을 잊지 말고 지키며 순종할 것을 권면.

9장 26절

주 여호와여, 주님의 백성을 멸망시키지 마십시오. 그들은 주님의 백성입니다.

28절

그렇게 하지 않으시면 이집트 사람들은 여호와는 자기 백성을 자기가 약속한 땅으로 인도할 힘이 없었고 그들을 미워하여 광야로 데려다가 죽였다고 말할 것입니다.

 

    지난날 이집트를 탈출해 광야를 헤매면서도 끝없이 죄를 지었던 이스라엘 민족과 그를 멸망시키려했던 하나님 그리고 대신하여 용서와 자비를 엎드려 빌었던 모세 자신의 이야기를 상기시키고 있다. 모세가 엎드려 빌며 했던 말은 꽤 설득력이 있다. 하나님을 설득한다??? 시기의 하나님, 질투의 하나님 식으로 하나님에게 인격, 인간의 감정을 부여한다면 하나님의 명예와 능력과 체면을 향하여 호소한 셈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선택받은 민족임을 증명해야 하고 온갖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약속한 땅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나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던 그 다른 신보다 월등한 유일신임을 증명해야 한다.

    어차피 언약, 계약이란 것은 갑이든 을이든 쌍방을 모두 구속하기 마련이다. 죄 많은 인간은 끊임없이 소소하게 어길 수밖에 없지만 완전한 사랑의 하나님은 섣불리 어길 수 없다. 죄, 오류, 실수는 하나님께 해당되지 않는다. 원래 강한 자가 잘 참는 법이다. 애초에 시장에서 인간과 인간 사이에 맺은 계약이 아닌 하나님과 인간이 맺은 계약이다. 기브 앤 테이크! 너 하는 것 봐서 나 하겠다는 말은 인간의 말이다. 하나님은? 네가 이리하든 저리하든, 설혹 계약을 어기고 죄를 짓는다 해도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변치 않는다. 작용 반작용, 인과응보는 세상의 이치지만 하나님은 세상의 이치를 초월하는 존재다.

    원래 진정한 고수, 궁극의 절대강자는 전술, 전략이 없다. 상대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 자기 갈 길만 묵묵히 갈 뿐이다. 온갖 상대가 오두방정을 치며 도발해 와도 꿈쩍 않는다. 제 풀에 나가떨어진다. 비수를 품고 어둠에 숨어들었다가 눈물을 떨구며 발등에 입맞춤한다. 갑옷 없는 자유로운 몸으로 싸우지 않고 상대를 감복시킨다.

    성경에 (하나님의) ‘백성’이란 단어가 많이 나온다. NIV, KJV 모두 'people'이다. 정확한 번역일까?

    백성, 신민, 국민, 시민, 인민, 인간, 인류, 사람, 민족... 모두 만들어진 배경, 용례, 뜻, 느낌이 다른 비슷비슷한 용어들이다. 영어 역시 subject, nation, public, citizen, people, human, person, race 등이 있다. 성경 안에서는 모르겠으나 우리가 일상에서, 특히 정치사회와 드라마 등 대중문화 방면에서 ‘백성’이란 표현을 써오고 들어오던 느낌과 이미지, 즉 순하고 착하기는 하나 무지하고 수동적이기만 한 왕정국가의 피지배계층의 이미지와 착종되어 ‘백성’이란 표현이 좀 어색한 것도 같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게 뭔가 딱 떨어지지 않는 것 같아 만족스럽지가 않다.

    ‘백성’과 ‘people’ 역시 그 뜻과 범위가 서로 겹치기도 하고 어긋나기도 하면서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집트 사람들’과 대비되어 (이스라엘) 민족, 자손을 의미하는 ‘race’의 뜻이 더 강하다고 볼 수도 있다. 즉 선택받은 민족이란 거다. 이 경우 기독교는 보편종교가 아니라 민족종교에 머문다. people 이전에 히브리어 원문을 찾아봐야 하나. 너무 복잡해지고 ‘백성’ 이외에 달리 더 적당한 용어가 있는 것도 아니니 이쯤해서 다음으로 넘어가자.

19장 15절

증인 한 사람만으로는 어떤 사람의 잘못이나 죄를 가리기에 부족하오.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가리려면 증인이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은 있어야 하오.

 

    증인에 대한 규례다. 합리적이다. 하지만 두 사람, 세 사람, 설혹 만 사람의 증인이 있더라도 백이 흑이 되고 흑이 백이 될 수는 없다. 절대적이지 않다. 모든 사람의 증언과 전언이 거짓인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적극적, 혹은 암묵적으로 모두가 공모한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애거서 크리스티(Agatha Christie)의 추리소설 <오리엔탈 특급 살인사건(Murder On The Orient Express)>를 보면 증인과 혐의자와 범인이 모두 동일인들이다. 그들은 마치 연극처럼 시간과 증거까지 조작해가며 각자의 배역을 충실히 소화하지만 탐정 포와로는 이 모든 것을 명석한 추리력으로 밝혀낸다. 반면 뚜렷한 1인의 혐의자, 다수의 증인과 명백한 증거가 있는 경우도 무사히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위장전입, 기만원의 건강보험료 등 자질구레한 문제는 물론이고 도곡동 땅, BBK와 관련하여 논란이 분분할 때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세상이 나를 죽이려 미쳐 날뛰고 있다’고 시민과 하나님 앞에서 억울함과 결백을 주장했다. 결국 그는 대통령이 됐다. 검찰과 조중동의 도움을 받아 면죄부를 받지 않고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오리엔탈 특급 살인사건>
열차에 탑승한 14명중 탐정 포와로와 차장을 제외한 12명이 범인이지롱! ^.^

    세상은 그리 합리적이지도 간단치도 않다. 지상의 법정에서는 죄가 죄 아닌 것이 되기도 하고 죄 아닌 것이 죄가 되기도 한다. 상식적이고도 명백한 증거가 묻히기도 하고 어설프게 날조된 증거가 공인되기도 한다. 권력과 스피커를 장악한 소수가 증언하는 다수를 무시하고 판결을 결정하기도 한다.

    피해자, 가해자, 목격자만이 얽힌 문제가 아니다. 송사가 시작되면 검사, 변호사, 판사, 심지어 고급 로비스트부터 저급 브로커까지 관련되고 끼여든다. 작은 지역에서 같은 학교 출신에 형님아우하며 함께 술도 먹고 밥도 먹고 골프도 치며 어울리는 판사, 검사, 변호사가 있다. 검사는 가벼운 허물을 꼬투리삼아 기소한다. 변호사는 고액의 선임료를 받고 변호한다. 판사는 적당히 시간을 끈 후 풀어준다. 다음 날 변호사는 판사, 검사를 불러 거룩하게 한 잔 사고 떡값도 돌린다. 법조삼륜이 작당한 공모극이다. 일종의 사기다. 김용철씨가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자신의 검사시절에 한 부패변호사를 수사하면서 알게 된 실재사실을 써 놓은 것이다.

    얼마 전엔 검사와 스폰서간의 향응과 성접대가 MBC <PD수첩>에 폭로되어 문제가 되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거다.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조폭, 업자, 피의자까지 스폰서 명목으로 한데 어울려 나뒹구는 꼴이다. 이것도 다른 중요 이슈와 마찬가지로 천안함 때문에 쑥 들어갔다. 감감 무소식이다.

    천안함과 관련해 민군합동조사단이 내놓은 조사결과는 많이 미흡했다. 스모킹 건(‘연기나는 총’이란 뜻으로 범죄현장에서 사용된 결정적 증거물이라는 의미인 듯)으로 제시된 어뢰일부도 그 보존상태로 보나 유성매직으로 쓰여진 듯한 ‘1번’이란 글씨의 상태로 보나 의문점이 많다. 무엇보다 중요한 증거, 증언들이 철저히 차단되고 불평등하게 공개되고 있다. 생존 장병들과 말을 해보았다는 기자는 한 사람도 없다. TOD영상, KNTDS 기록, 교신기록 등 핵심적 증거들이 없거나 감춰지고 있다. 그럼에도 믿으라 한다. 믿지 않으면 좀 이상한 사람 되는 분위기다. 딴소리하면 빨갱이 되는 분위기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공지영의 소설인데 오래전 읽어서 내용이 가물가물하다. 세상의 편견과 손가락질에 힘겹게 맞서며 자아를 찾아가는 이혼녀의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원래 이 말은 불교에서 나왔다고 한다. 지난 5월 23일에는 도올 김용옥이 ‘코뿔소의 외뿔처럼 홀로 가거라’라는 주제로 주지인 명진스님의 초청을 받아 봉은사 특별대법회에서 강의를 하였다고 한다. 강의의 요지는 천안함 발표는 0.0001%도 설득이 안 된다는 것, 국민이 더 이상 위정자들의 기만에 속지 말고 코뿔소의 외뿔처럼 홀로 가야할 시기라는 것, 이명박의 드라마대로 이 세계가 움직인다면 결국 남는 것은 우리들의 타락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발표대로라면 패잔병인데) 개선장군처럼 당당하게 국민에게 겁을 주며 발표하는 모습에 구역질이 났다”는 노골적 표현을 하기도 했다. 하여튼 요즘 들어 갈등에 조용할 날이 없고 전쟁까지 이야기되고 피곤하고 불안불안하다.

    탐정 포와로는 사건의 진실에 다다르지만 이를 공식화하진 않는다. 그가 경찰에 제출할 보고서에는 이 같은 진실에 근접한 복잡한 '시나리오 A' 대신 차장으로 위장하여 숨어든 마피아의 소행이란 엉성하지만 단순한 '시나리오 B'가 채택된다. 12명 전체가 범인이기도 하였지만 그들 모두 피살자와 억울한 악연으로 얽혀있는 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살자가 아무리 악당이고 살인자가 아무리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포와로는 거짓 증언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범죄에 가담한 것일 수도 있다. 포와로의 거짓말은 하얀 거짓말인가. 하얀 거짓말이라면 그것은 무엇을 기준으로 나뉘고, 어디까지 허용돼야 할까.

    모두가 거짓을 말할 때 나 홀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까. 어떠한 고난에도 목숨을 걸고 진실을 지켜낼 수 있을까.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갈 수 있을까. 이미 우리는 진실보다 탐욕과 무지와 무관심의 포로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흉물스레 썩어있는 사과처럼 우리는 스스로 깨닫지 못할 뿐 이미 속으로 타락해 있지는 않은가. 우리가 죄를 짓고 타락해 있다면 우리의 죄와 타락은 12명의 범인처럼 피치 못할 죄, 이유 있는 타락일까. 만약 벌 받아 마땅한 죄, 이유 없는 타락이라도 이미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썩고 타락해있다면 우리는 포와로처럼 거짓 보고서를 작성해야 할까. 아니면 분연히 일어서 이웃과 나를 고발해야 할까.

    암이 우리 몸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 수술은 위험하다. 암이 나고 내가 암이다. 우리 사회가 이명박(들)이고 이명박(들)이 우리 사회다. 암이 죽으면 나도 죽는다. 나와 우리가 암과 이명박(들)의 인질이 되었다. 그것들에게 무분별하게 영양을 공급해주고 권력을 내준 결과다. 결단이다! 수술하지 않고, 힘겹고 품위 없지만 생명을 연장할 것인가. 혹 실패하더라도 단 하루라도 건강하고 진실한 삶을 살 것인가.

    하늘의 법정에는 검사도 변호사도 증인들도 없다. 법정 안에까지 들릴 정도로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조중동도 없다. 오직 나와 하나님뿐이다.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갈 수 있는 결단, 곧 죽어도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결단은 하나님만 바라볼 때 가능하다. 거짓을 말하고 이 지상에서 잠시 벌을 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역사의 법정, 하나님의 법정은 남아있다.

    진실을 향하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하나님 앞에 벌거벗은 처음의 아담으로 홀로 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