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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마라톤

달리기의 새로운 경험 3 - 마라톤과 방구의 상관관계에 대한 생리학적, 인성학적 고찰

어멍 2014. 12. 17. 22:26

 

    달리기의 새로운 경험 3 - 마라톤과 방구의 상관관계에 대한 생리학적, 인성학적 고찰



    내가 뛰는 것이지만 내가 뛰게 하는 것은 아니다. - 비슷한 맥락으로... 달리다 보면 힘들고 힘들다 보면 우리 몸 각 기관, 각 부분에 대한 제어력, 조정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알게 된 하찮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곤란한 사실 하나! 바로 방구에 대한 제어력 상실이다. - 내가 뀐 것이지만 내가 뀌게 한 것은 아니다.

    힘들 땐 팔도 오토, 다리도 오토지만 방구도 오토다. 더구나 웃긴 게 시원스레 한번 “풍=” 뀌고 끝내면 좋은데 이것이 “픽-픽-”, “뽁-뽁-”, “푸쉬~푸쉬~” 박자까지 피치에 딱딱 맞아 떨어지면서 간단없이 계속된다는 거다. (결코 어떤 일체감, 초월의 느낌이 아니다. ㅠ.ㅠ)


    달리면서 이것을 제어하기엔 육체적 여력도 정신적 여유도 없을뿐더러 이 상황을 종결짓기 위해 과도한 힘을 가하는 섣부른 시도 역시 결코 추천할 만하지 않다. 한 번에 밀어내 해결하려 하기 보다는 조금씩 새어나오는 것을 방치하는 편이 안전하다. 자칫 제어력 상실과 순간적 복압증가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대형참사(!)로 이어질 위험성이 다분하여 러너들에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것이다.

    이것은 땀에 의한 급격한 체내 수분 배출, 대장과 직장을 감싸고 있는 관련 근육들의 복잡한 움직임, 착지와 도약의 반복에 의한 장 내용물의 출렁임 등 관련 변수가 많아져 평소보다 더욱 정교한, 신기에 가까운 힘 조절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이것은 왼손으론 그림을 그리고 오른손으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처럼, 다리로는 마라톤을 뛰며 두 팔로는 살풀이춤을 추는 것처럼 신기를 넘어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다.


    굳이 이 상황이 참을 수 없다면 잠시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곳을 택하여 레이스를 중단하고(페이스를 늦추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채 심호흡 열 번 후 시도할 것을 추천한다. 이러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러닝 전 장을 비워 편안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도 비우고 방광도 비우고... 대신 물은 충분히 마시고 장에 자극을 주는 맵고 짠 음식은 피해 적당한 음식을 적당량 섭취하여 공복감을 없애는 것이 좋다.

 


 


(보이지는 않지만) 마라톤을 뛰며 살풀이춤을 추고 있는 엄청난 천재!

(장담할 순 없지만) 방구를 뀌며 미소를 짓고 있는 베테랑 프로!



    방구는 사실 섭3 돌파를 목표로 하는 정예 러너들에겐 고민거리가 아니다. 기록갱신이 왔다 갔다 하는데 그깟 방구가 대수겠는가! 이들에겐 한가한 이들의 씨잘데기 없는 고민일 뿐이다. 설혹 이들이 42.195k를 “픽-픽-”거리며 달린대도 나 같은 웬만한 초보 러너들은 질풍같이 스쳐지나가는 이들의 방구를 알아챌 여력도 여유도 없다.

    비록 들릴 만큼 소리가 크더라도 실력이 되면 모든 것이 양해된다. 슈마허처럼 절대속도를 추구하는 이들의 큰 방구는 “부-앙” 하고 쏜살같이 추월해가는 슈퍼카의 부러운 폭발음이며,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외롭고 고독한 이들의 들릴 듯 말 듯 속삭이는 정겨운 방구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이들의 유일한 동반자다. (♬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


    고민에서 자유로운 또 다른 예가 있는데 바로 실력여하를 불문하고 선천적으로 담대하거나 무신경하여 부끄러움이 없는 이들이다. 이들과 방구는 동반자라기보단... 그냥 하나다! 부끄러움은커녕 오히려 일부러 “뿡-뿡-”거리며 앞에 끼어들어 재밌어할 이들이다. - 대전주주클럽에도 몇 있다. ^.^ (♬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


    하지만 나 같이 아직까지도 마눌님께 방구를 트지 못한 소심한 초보 러너, 연약한 어린 임팔라에겐 여간 신경 쓰이는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당분간 힐끗힐끗 뒤를 돌아보며 바짝 뒤쫓아 오는 러너와 거리를 벌리는 수밖에... 혹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면 괄약근의 긴장에 특히 유의하면서 달리는 도리밖엔 없을 듯하다. ㅠ.ㅠ

 


 


마음껏 방구를 뀌며 자유롭게 초원을 뛰노는 임팔라를 꿈꾸며



    나만 그러한가? 주주클럽 회원들을 비롯한 다른 러너들의 사정은 어떠신지? 다들 장은 평안하신지? -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