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때론 먹의 향내가 나는 글과 음악 그리고 사람

잡설, 상념, 기타등등

루저남과 된장녀의 미수다 대첩(& 루저 패러디-<선덕여왕> 미실편)

어멍 2009. 11. 14. 22:45

                                      
                                            다 큰 성인도 볼 수 없는, 새롭게 등장한 시청불가 프로그램



    루저, 루저 하길래 뭐 그런 일이 있었나 보다 지나갔는데...

    장난이 아니게 일이 커지는 것 같아...

    궁굼도 하고... 일부러 미수다를 찾아보게 됐다.

    생각보다 심각했다. 홍대에 다닌다는 여대생의 루저 발언뿐 아니라 그보다 더 문제가 될 대목, 문제가 될 인물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루저란 표현은 오히려 지엽적인 일부분일 뿐-본인도 정확한 의미, 용례를 모른 채 어디서 필 받은, 있어보이는 영어 한마디 구사한 듯하다.-전체적으로 '철 없다', '생각이 짧다'라고 말하기엔 분위기와 사고방식이 많이 실망스럽고 부끄럽기까지 했다.(일부러 외국여성들과 대비시켜 이런 구도, 분위기로 몰아간 제작진이 가장 욕 먹어야 하지만 한국여성, 특히 대다수의 젊은 여성들이 이런 생각, 이런 수준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먼저 남자 키 180이하는 루저(Loser,패배자)라는 발언.

    쭉쭉빵빵 미녀 싫어하는 남자 없듯이 키 크고 잘생긴 남자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 하지만 단순히 '키 작은 남자는 내 취향이 아니다', '키 작은 남자는 질색이다'라는 개인적, 개별적 의사표시와는 차원이 다른 사회적으로 일반화시켜 낙인찍는 모욕적 언사다. 더구나 능력 밖의 선천적인 것인데...만약 장애인이라면 어쩔 것인가.(ㅠ.ㅠ) 파시즘 향내가 날 정도로 매우 폭력적이고 일방적이다. 기준도 180! 알짜리 없이 명확하다. 179.5도 안타깝지만..... 루저다.(^0^ 앗싸! We are the world! We are the children!-루저가 대세다!) 

    

    데이트 비용은 무조건 100% 남자가 내야 된다는 사고방식, 그리고 그 이유가 여자는 스스로 치장하고 꾸미는 데 투자(!)를 했기 때문. 연애 따로 결혼 따로의 사고방식.

    남녀 관계도 투자, 거래, 기브 앤 테이크 식으로 너무 건조하고 황량하다. 철저히 이해타산적이다.


    그 외에 여대를 왜 선호하는지, 등록금을 왜 부모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지, 명품빽을 개성 없이 획일적으로 보일 정도로 들고 다니는지, 하이힐에 핸드백에 화장에 치장하고 학교에 도서관에 출입하는지...에 대한 외국여성들과의 대화가 있었다. 그 와중에 한국 여대생들은 도리어 왜 외국여학생들은 그 무겁고 큰 백팩을 등산가는 것도 아닌데 굳이 등에 매고 다니느냐고 되묻기도...ㅠ.ㅠ... 대박! 금성에서 온 (한국)여대생, 화성에서 온 (외국)미녀들이다. 내 생각엔 이 장면, 이 대목이 루저발언보다 더 현 상황을 극적이고 상징적으로 압축해 보여주는 우스꽝스러운(!) 하이라이트였다. 여대생들의 철없는 말과 짧은 생각들이 다 이유가 있다. 그것은 그들이 들고 다니는 작은 명품핸드백 속에서 잉태된 것들이다. 루저(Loser)라는 짧은 영어는 핸드백이라는 뿌리에서 나온 작은 싹일 뿐이다. 그녀들의 핸드백은 큰 인문서적은 물론이요 두꺼운 사전이 들어가기에도 너무 작다.

    문화와 가치관의 차이라고 하기엔 갭이 너무 컸다. 내 생각으로는 사회구조적으로, 여대생들의 그런 생각들이 사회의 요구에 적응하고 살아남는 생존전략차원에서 내면화된 듯하다. 캐나다 여성(도미니크)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가로젓고, 독일 여성(미르야)이 ‘그렇게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느냐’라는 힐난을 하고, 큰 언니격인 이태리 여성(크리스티나)에게 ‘사랑 없는 결혼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라는 걱정어린 충고를 듣는 것을 보면 그 갭이 심각하다. 서로 다르다기 보다는 틀리다.


                                                 
                                                                      루저① : 부정과 회피
                                               홍대생에게든 루저들에게든 이미 슬픈 전설이 되버렸다.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바라는가? 남자도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의 실력? 힘세고 부지런한 식모?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성욕을 자극하는 섹시한 외모와 몸매? 아니면 사랑과 포용의 능력? 섬세하고 부드러우나 끈질기고 강인한 카리스마? 돌봄과 보살핌의 여성성?(본인 포스팅 ‘남자, 여자, 인간~’ 참조)

    직업 뿐 아니라 배우자를 고르는데도 실력 보다 외모가 우선인 것이 현실이다. 남성이 여성을 선택하는 기준은 첫째가 외모, 둘째는 외모, 셋째는 외모다. 여성은 외모고 남성은 능력이다. 이것이 경쟁력이다. 여성성, 남성성, 인간성은 부차적이다.(생물학적 '여성'과 여성이 갖고 있는 독특하고 우수한 품성인 '여성성'은 다르다.) 

    전반적으로 사회가 너무 각박하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인성, 지성이 빈약해졌다. 출연한 여대생들에게서 받은 전체적인 인상은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부족한 자신감, 자존감뿐 아니라 생각이, 개념이 없다라는 거다.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면서도 자신의 발언이 무슨 의민지, 무슨 파장을 일으킬지 전혀 생각이 없다. 진솔함과 천박함을 구별치 못하고 있다. 무엇이 자랑스런 것이고 무엇이 부끄러운 것인지 모르고 있다. 남자키가 작으면 안 된다는 질문엔 너도나도 자신있게 손을 들다가도 명품가방이 없는 사람 손들라 할 땐 남들 깐볼까 봐 머뭇머뭇거린다.

    교양, 인문학에 대해선 관심도 없고 토익 등 스펙 쌓기나 몸매, 얼굴 가꾸기에 여념이 없다. 언제부터 신사임당 같은 자상하고 깊은 여성, 허난설헌 같은 능력있는 여성, 황진이 같은 당찬 여성들이 자취를 감추어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는가.... 여성들도 할 말이 있다. 많다. 된장녀는 된장녀대로 오크녀는 오크녀대로 분노의 표적이나 코메디의 소재가 될 뿐 사회가 자신들을 정당히 평가해주고 대접해주지 않는다는 말. 상류층, 지도층 여성인사는 드물고 단지 못생겼거나 우스운 외모로 스스로 오크녀 자학개그로 어필하는 개그우먼이 그나마 경쟁력이 있다는 말. 그러니 이런 방향으로 생존전략을 짜야 한다는 말.(미녀든 추녀든, 엎치나 매치나 여성은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말, 유일한 무기라는 말.).........모두 100% 일리가 있다.
    걸핏하면 '녀'자를 붙여 갖고 놀려 든다. 루저남이 아니고 루저녀로 명사화된다. 어찌됐든 남성은 강자고 여성은 약자다. 여전히 남성이 지배하는 가부장적 남성중심의 사회다. 잘난 놈, 있는 놈, 강한 놈은 무시하기 일쑤고 못난 놈, 없는 놈, 약한 놈은 욕해대기 바쁘다. 루저녀에 광분하며 개페미 운운, 여성부 폐지까지 오바하는 정도면 루저를 넘어 이미 무개념 찌질이, 남자 망신이다. 남자들 대부분이 완고한 마초 아니면 속 좁은 찌질이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된장녀, 오크녀는 괜찮아도 루저남은 열폭이다. 반란이다. 언제 된장녀, 오크녀 발언으로 이렇게까지 난리가 난 적이 있었던가.

    사회가 너무 각박해지고 거칠어졌기 때문이다. 남자든 여자든 경쟁에서 패배하고 도태되면 최소한의 생존을 위협받거나 다시는 패자부활전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가 한번 이긴 놈(X)이 여자(남자)를 포함한 모든 것을 영원히 갖는 승자독식의 정글로 변했기 때문이다. 놈들은 서울대 입학하는 순간 나머지 인생이 결정되고 X들은 잘난 놈 하나 꿰차는 순간 평생 팔자 핀다. 놈들의 공부시간에 의해 아내의 미모가 결정되고 X들의 미모에 의해 남편의 지위와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이 결정된다. 놈들은 교과서를 파고 X들은 패션잡지를 판다. 잘난 놈은 여성을 줄 세우고 잘난 X은 남성을 줄 세운다. 성격보고 여자를 고른다는 놈은 철지난 농담이나 하는 썰렁한 놈 아니면 위선적 빈말이나 하는 표리부동한 놈 아니면 지리산 청학동에서 내려온 댕기머리 총각, 천연기념물이 되었다. 인물보고 남자를 고른다는 X은 돈과 능력이 빵빵한 여성우월주의(!) 아니면 철없고 대책 없는 낭만주의가 되었다.
    우리사회의 기득권은 철옹성이다. 오른 족족 자신이 올랐던 사다리를 걷어차버리고 한번 움켜쥐면 팔이 잘려나가는 한이 있어도 손을 펴지 않는다. 한번 루저는 영원한 루저다. 루저에게 낭만은 사치일 뿐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의 이런 분위기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피해자가 키 작은 ‘남성’이라는 것, 가장 일반적이고 가시적인 키로서 생존경쟁의 ‘패배자(루저)’로 낙인찍혔다는 것, '낙인'이라는 것이 한번 찍히면 웬만해선 극복하기가 불가능한 치명적 상처라는 것으로 인해 불에 기름을 부은 듯 증폭, 폭발했다. 만약 단순히 키 작은 남성을 ‘호빗남’이라고 했다면 그저 쓴 웃음 한번 짓고 넘어갔을 수도 있다. 호빗에서 루저로 넘어가는 순간 코미디가 비극이 되고 주책이 테러가 됐다.



루저② : 분노와 응징
탐크 루저! 마초? or 찌질이? : 루저남도 밟으면 꿈틀한다.



    180이하의 이 땅의 대다수의 남성들의 아픈 곳, 피해의식을 제대로 건드렸다. 그리고 실지로 큰 키가 연애뿐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중요한 경쟁력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키 작은 루저'란 표현이 심하기는 해도 이런 세태로 볼 때 일견 맞는 구석이 있다는 것이 더 열받는 일이다. 그래서 화나지만 우울하고 무기력하다. 키란 것도 재산, 집안, 학벌, 출신 같이 자신의 의지와 노력같고는 극복 난망하거나 불가능한 것 중의 하나 아니겠는가. 키란 것이 이 모든 것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것으로 작용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심심풀이 땅콩으로 웃고 넘어갈 일이 이렇게까지 난리가 난 것은 그만큼 우리사회가 남성위주의 치열한 경쟁사회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모두들 마음의 여유가 없고 억눌리고 날카로와져 있다.

    이번 일로 우리사회의 외모지상주의, 시청률만을 의식한 선정적인 방송, 천박한 대중문화 등도 돌아봐야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구조적으로도 성찰해야 한다. 성장과 경쟁의 일방향으로만 폭주하지 말고 분배와 협력의 가치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 돌봄과 보살핌이 있는 훈훈한 사회. 언제고 패자부활전이 보장되고 강자가 아닌 약자에게 적극적으로 가산점이 주워지는 실질적 평등사회. 그래서 항시적인 기회와 리셋이 가능한 활기차고 넉넉한 명랑사회가 되어야 한다. 루저남이네 된장녀네 아웅다웅 쌈박질로는 일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백날 쳇바퀴다. 결국 사회, 정치의 상부구조로까지 생각이 미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갖가지 된장녀, 오크녀, 루저남, 오타쿠들.... 평범한 필부필부와 약자들만이 한데 뒤엉켜 할퀴고 살퀴는 한바탕 난리굿, 헤프닝으로 끝나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일 없었다는 듯 금새 잊혀지고 말 것이다. 문제의 근원을 찾고 타켓을 정확히 조준하여 구조를 바꾸고 우리의 사고와 문화를 한단계 성숙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언제나 모두가 뒤엉켜 희비극을 연출할 때 누군가는 저 높은 곳에 느긋이 앉아 웃고 있는 법이다. 서로가 칼부림에, 총질에 피 흘리며 죽어갈 때 누군가는 무대 뒤에서 돈을 세고 있는 법이다.

------------------------------------------------------------------------------------------------

PS : 루저 패러디-<선덕여왕> 미실 명대사편.(검은색이 대사 원문)

                             
                                                ㅠ.ㅠ 가장 키 큰 미실도 루저들이 뭉치면 어쩔 수 없다.

 

세상을 횡으로 나누면 딱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
세상을 횡으로 나누면 딱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180 이상인 자와 이하인 자.

무서우냐? 공포를 극복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도망치거나, 분노하거나.
무서우냐? 공포를 극복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도망치거나, 깔창을 끼거나.

그래도 웃지는 말거라. 살짝 입꼬리만 올려. 그래야 더 강해 보인다.
그래도 키높이는 신지 말거라. 살짝 깔창만 끼워. 그래야 더 진짜 같다.

하늘을 이용하나 하늘을 경외치 않는다. 세상의 비정함을 아나 세상에 머리 숙이지 않는다. 사람을 살피고 다스리나 사람에게 기대지 않는다.
깔창을 이용하나 깔창을 경외치 않는다. 깔창의 놀라움을 아나 깔창에 고개 숙이지 않는다. 깔창을 착용하나 깔창에게 기대지 않는다.

하늘의 뜻이 조금 필요합니다.
깔창의 힘이 조금 필요합니다.

사람은 능력이 모자랄 수 있습니다. 사람은 부주의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실수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 사람은 그럴 수 없습니다.
사람은 능력이 모자랄 수 있습니다. 사람은 부주의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키가 작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 사람은 그럴 수 없습니다.

싸울 수 있는 날엔 싸우면 되고...싸울 수 없는 날엔 지키면 되고...
지킬 수 없는 날엔 후퇴하면 되고...후퇴할 수 없는 날엔 항복하면 되고...
항복할 수 없는 날엔...없는 날엔...그 날 죽으면 그만이네.
키 클 수 있는 날엔 더 크면 되고...더 클 수 없는 날엔 수술하면 되고...
수술할 수 없는 날엔 키높이 신으면 되고...키높이 신을 수 없는 날엔 깔창 끼우면 되고...
끼울 수 없는 날엔...없는 날엔...루저면 그만이네.